한국의 대표적 화가 그림값에 대한 '기준 자료'가 공개돼
미술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화랑협회(회장 임경식)가 최근 '한국미술시장 진흥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한 '미술품 가격 폭락 현황'은 이중섭 박수근
등 작고작가에서부터 권순철 황창배 등 중견에 이르기까지 모두
138명의 현재 작품 호당 가격을 10년전과 비교해 밝히고 있다.
◇한 경매회사의 미술품 경매 모습. 그림값이 10년전에 비해 30~50%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을만큼 미술시장이 불경기다. /조선일보DB사진
이 자료는 그간 공개가 금기시돼온 그림값을 공신력있는 협회가
제시한 것이어서 사실상 앞으로 판매 가이드 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그간 실제 거래 가격과 화랑·작가가 부르는 값이
달랐다는 사실을 화랑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어서 충격을 준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미술품 종합소득세 과세의 재검토 탄원을
위한 기초자료로 작성된 이 자료에 따르면 그림값은 10년전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하고, 화랑수는 60%수준으로 줄었다. 미술계가
최대 호황을 누렸던 1991년에 비해 이름있는 화가의 작품은
값어치가 30~50%밖에 안된다고 이 조사는 밝히고 있다.
가격면에서 국내 최고로 치는 작고작가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의
작품은 호당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한국화가 변관식은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이상범은 4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호당 가치가 하락했다. 김환기는 2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도상봉은 25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떨어졌다.
낙폭은 작고·원로 한국화가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컸으며, 작품
관리를 엄격히 해온 일부 중견 작가의 값은 덜 하락했다. 조사
대상 138명 작가 중 가격이 오른 작가는 단 1명도 없었다. 현재
호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작고 원로 화가들 중 그래도 가격이
10년전의 절반 이상을 유지하는 작가는 김은호 김기창 문학진
변종하 류경채 윤중식 이대원 임직순 황염수 씨 등이었다.
협회측은 이 자료가 인사·청담동 등 화랑가와 경매가격 등을
종합해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2000년도 작품가는 판매
제시 가격이며, 작품성 규격 보존성 환금성 등에 의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거래에선 대개는 그 이하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화랑 주인은 "이제 호당 가격 자체가 무의미해졌으며, 같은
작가 것이라도 작품 크기가 아닌 작품성으로 값을 붙여야 한다"며,
"차제에 미술계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프랑스처럼 연도별 분기별로 그림값을
산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협회 차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