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0년이면 금밭도 변한다.”
한국의 메달 지도가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던 '투기종목'이
쇠락하고, 양궁·사격·펜싱 등이 떠올랐다. 복싱은 48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시작으로 96년까지 금3, 은6, 동7개를 수확했지만, 이번 대회선
출전선수 9명중 1명만이 8강에 올랐다. 88년 금메달 2개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 길이다. 이번 대회 목표가 '동메달 1개'였다는 사실부터 한국
복싱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유도의 부진은 차라리 충격이다. 96년
대회서도 금2, 은4, 동2개를 거뒀던 유도는 이번 대회선 은2, 동3개에
그쳤다.
반면, 양궁은 84년부터 시드니대회까지 금메달만 11개를 거뒀다. 사격은
88년 은메달을 시작으로 92년 금메달 2개를 명중시켜 한국의 새로운
금맥으로 자리잡았다. 펜싱도 시드니서 사상 최초로 금1, 동1개를 거둬
메달가능 종목이 됐다. 여자 핸드볼은 88년 이후 금2, 은1개를 안겼고,
남자 하키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어 구기종목의 '희망'이 됐다.
김양종 수원대 체육학부(스포츠사회학) 교수는 한국의 메달 밭이 변한
이유에 대해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생계를 위해 힘든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양궁·사격처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종목이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헝그리
정신'이 약해지고 엘리트 체육이 생활 체육으로 바뀌면서, 한국의
강세 종목도 변했다는 얘기다. 하키나 펜싱 등 비인기종목의 선전에
대해서는 "개인지갑까지 털어가며 선수들을 지원한 협회 임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재영 복싱연맹 사무장은 "IMF이후 비인기종목인 투기종목의
대학·실업팀들이 해체되면서 유망주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싱의 경우 96년 13개던 대학팀은 현재 9개로 줄었으며,
실업팀은 올해만 3곳이 해체돼 9곳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