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바람벽의 준말로 방을 둘러막는 것, 담은 집가에 쌓아 집을
둘러막는 것이고, 울타리는 담 대신에 풀이나 나무를 얽어서 집을
둘러싸는 물건으로 울짱이라고도 한다. 벽담은 건물의 벽에 붙은
담이고, 담벽은 담벼락인데, 담벼락은 담이나 벽의 겉으로 드러난
부분으로 낙서족이 꿈과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무대가 된다.

벽에는 한쪽에만 흙을 바른 홑벽과 양쪽에 흙을 바른 겹벽이 있고
안벽과 바깥벽이 있는데, 바깥벽은 줄여서 밭벽이라고 한다. '안벽
치고 밭벽 친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편에 가서는 이렇게 말하고
저편에 가서는 저렇게 말해서 이간을 붙이거나 겉으로는 도와주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방해하는 짓을 말하는 것이다. '안벽 치고 뒷벽
치기'는 혼자서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일을 맡아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뜻으로 '북 치고 장구 치기'와 비슷한 말이다. 징두리는 집채
둘레의 밑동을 가리키는데, 징두리벽은 창문 밑의 벽처럼 아래쪽만
쌓은 벽을 뜻한다. 살대는 벽이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나무인데,
가로수가 흔들리거나 기울어지지 않게 버텨 대 주는 나무도 살대라고
한다.

담은 돌담과 흙담으로 나뉘는데, 돌과 흙을 섞어서 쌓은 담은
죽담이나 돌죽담이라 하고, 흙을 전혀 쓰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은
강담이라고 한다. 자질구레한 돌로 쌓아 올린 담은 보말담이나
사스락담, 잣담이라 하고, 버력돌로 쌓은 것이 목담, 석비레로 쌓은
것이 석비레담이다. 버력돌은 광석을 캘 때 쓸모 있는 광물이 들어
있는 감돌을 골라내고 남은 잡석이고, 석비레는 푸석돌이 많이 섞여
있는 흙을 가리킨다.

작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울타리는 굽바자, 달풀로 엮은 것은
달바자, 갯버들 가지로 엮은 것은 개바자인데, 밭 둘레에 개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야트막하게 만들어 두르는 울타리도 개바자라고
한다. 탱자나무나 개나리, 장미 넝쿨처럼 살아 있는 나무로 이뤄진
울타리는 산울타리, 울타리가 살아 있다니 생각만 해도 살 것 같다.

뜰은 집안에 있는 마당인데, 뜰이 집과 담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마당이 있는 집은 마당을 뺀 부분을 가리킨다는 견해도 있다. 뒤꼍은
뒤안과 같이 뒤뜰과 뒷마당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실뒤는 집을
짓고 남은 좁은 뒤뜰, 뒤란은 집 뒤의 울안을 가리킨다. 울안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집의 안쪽으로 테두리의 안을 뜻하는 얼안과 함께
한자말 구내를 대신해 쓸 수 있는 말이다.

(장승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