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합(confederation)과 연방(federation)은 통상 국가간의
유대, 결속의 정도에 의해 구분된다. '연합'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며,
'연방'은 유대의 정도가 높아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인정되는
수준이다. 국방 및 외교권을 연방정부가 행사할 경우 '연방'이고,
각 지역 자치정부가 가지면 '국가연합'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다.
남한의 국가연합과 북한의 고려연방제는 영문으로는 모두
'confederation'으로 표기된다.
다만 남한의 국가연합은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 중 1단계로,
남과 북이 독립국가의 모든 기능을 보유한 채 협력기구를 제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남북연합정상회의, 남북연합회의(국회), 남북연합 각료회의
등을 통해 교류를 넓혀가는 단계이다. 국방 및 외교권은 남북이 각각
소유하는, 이른바 '1민족 2국가 2제도 2정부' 안이다.
이에 비해 북한의 고려연방제는 '1민족 2제도 2정부'는 같되
첫 단계부터 '1국가'로 하자는 기초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북한의
원래 연방제안은 단일 연방정부가 국방 및 외교권을 행사하고 지역정부는
다른 제도와 자치를 인정받는 고유한 의미의 연방(federation) 성격이
강했다.
그랬던 것이 1991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이 신년사에서 잠정적으로
지역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단계적 연방제'를 강조하면서
오히려 국가연합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 이후 북한은 국방·외교권을
지역정부에 대폭 이양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낮은
단계 연방제'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측 국가연합은 물론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도 논리적으로는
남북한의 체제 공존을 인정하며 흡수 통일을 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