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Cool)과의 만남은 그들의 노래 만큼이나 즐겁고 상쾌했다. 동생들의
장난을 빙긋 웃음으로 받아주는 맏이 김성수, 눈에 장난기가 또록또록한
둘째 이재훈, 오빠들에게 어리광 부리듯 은근히 둘을 골려먹는 막내 유리.
꼭 친남매 같았다. 다른 사람마저 덩달아 즐거워질 정도로 정겨웠다.

3인조 댄스그룹 쿨이 팀 이름 그대로 멋진 여름 사냥을 하고 있다.
흥겹고 익살스런 트위스트 '해석남녀'를 머리곡으로 세운 5집
'쿨 5'를 내기 무섭게 가요시장을 흔들며 한달째 음반판매 정상을
달리고 있다. 판매량은 50만을 훌쩍 넘었다. 데뷔 이래 앨범마다
70~80만씩 판 그들이니 당연하다 싶지만, 반대다. 음반 두장을 넘기기
힘들게 단명하는 댄스시장에서 6년을 변함없이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오히려 '희귀한' 일이다.

"조용필 선배님처럼 나이를 먹도록 노래를 하고 싶어요. 댄스 쪽에선
그런 경우가 잘 없잖아요. 건방진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역사'를
만들고 싶어요. 친남매들처럼 팀웍이 좋으니까 어쩌면 가능할 거예요."
마이크를 다투듯 한마디씩 이어 말하던 그들은 갑자기 깔깔거렸다.
"성격이 원래 그래요. 낙천적이고, 셋만 모이면 언제나 재밌거든요."

쿨 음악은 참 변함이 없다. 남들 모두 힙합이니 테크노니 기웃거려도,
꿈쩍 않는다. 밝고 시원한 음악, 누구나 듣고 부르기 편한 음악을
고집한다. 이재훈의 탄력있는 보컬, 유리의 앙증맞은 음색, 김성수의
'촌티 래핑'이 잘 버무려진 맛깔스러움은 트레이드 마크다. 스쳐
들어도 '아! 쿨 노래구나' 싶게 색깔이 뚜렸하다. 팬층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30~40대까지 폭넓은 것도 그래서다.

이번 5집도 마찬가지다. 한창 인기인 타이틀곡 '해석남녀'는 신나는
트위스트 리듬에 맞춰 소꿉장난같은 사랑 얘기를 직설 화법으로 노래했다.
얼핏 너무 장난스럽다 싶어도 귀에 쏙 들어온다. '맥주와 땅콩'
'러브 레터' 같은 곡은 여름바다 내음 물씬한 비치 사운드.
리처드 샌더슨의 팝송 '리얼리티'를 샘플링한 '웨딩 데이'는
흥겹고 달착지근하다. 펑키 디스코 '쿨 나이트', 리듬앤블루스
발라드 '5분전' 같은 곡으로 살짝 변화도 줬다.

"그냥 저희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할 뿐이예요. 쿨이 갑자기 갱스터 랩을
한다면 어울리겠어요?" 직접 곡을 쓰는 것도 아니고 작사-작곡자도 거의
매번 바뀌는데 어떻게 자기네 색깔을 유지하는 걸까. "곡 작업을 같이
하고, 멜로디는 꼭 함께 상의하죠. 그리고 어떤 곡이든 저희 스타일로
소화하니까요."

쿨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때론 진지하고 때론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즐기듯 했다. 일어설 즈음, "음악과 외모가 다
친근하고 편해서 쿨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유리의 얘기가 더욱
그럴싸 하게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