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김포공항 세관을 통과하면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포르노를 ‘국가 전복적 자료’로 규제하는 데서 섹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보수적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페미니즘 여전사’로 자처하는 싱가포르 출신 미국 포르노 여배우 겸 감독, 제작자 애너벨 청(28)이 21일 서울에 왔다.

공항에서 직행, 세종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은 200여명의 보도진으로 북적거렸다.

자기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섹스, 애너벨 청 스토리’ 한국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그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서 법학을 전공했고,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USC)을 졸업한 학구파. 지난해 1월 이 영화가 미국 선댄스 영화에서 공개된 이래, 10시간 동안 251명의 남성과 섹스를 가진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자회견장은 흡사 여성학 토론장 같았다. “이 영화 상영을 계기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질문에 앞서 30분 가까운 ‘강의’를 한 그에게 기자들의 논쟁적 질문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포르노 배우를 옹호하는 여성학적 이론들로 매춘도 옹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포르노 산업에 어떤 긍정적 측면이 있는가” 같은 질문들이었다.

'섹스, 애너벨 청 스토리'는 한국에서 유독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 수입업자들이 과열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애초 1-2만 달러면 살 수 있는 판권이 14만 달러까지 올라 현지 언론이 가십 기사를 쓸 정도였다. 애너벨 청은 "여성에 대해 이중적 가치 기준을 가진 나라일수록 이 영화는 더 화제가 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