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가 창을 하면 조카가 북을 친다. 17일 전북예술회관에서
폐막한 제20회 전국고수대회에서 한 집안 다섯 명째 명창-명고수가
탄생했다. 명창 조소녀(60·백제예술대 교수)씨 집안 이야기.
조씨의 조카 용복씨(32·국립민속국악단원)가 이 대회 장원을
따내면서 가족이 전국대회에서 모두 7번의 대통령상을 받았다.

"온 가족이 모이면 국악의 향연이예요. 한 길을 달리는
선-후배로서 격려와 채찍으로 가족을 보듬어요."


사진설명 :
명창-명고수 5명을 배출한 조소녀(앞줄 오른쪽 두번째)씨 가족. 동생 영자씨(앞줄 오른쪽)는 전주대사슴놀이 등에서 3차례나,
조카 용수(뒷줄 맨오른쪽)씨와 용복씨(뒷쭐 맨왼쪽)는 98년과 올해 전국고수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집안에서 가장 먼저 국악의 길에 나선 이는 조소녀(60)씨.

오정숙 명창 등으로부터 사사를 받은 뒤 지난 84년 광주

남도예술제에서 판소리 ‘특장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차지했다. 이어 조씨의 막내동생 영자(43)씨가 84년

전국지방연극제에서 국악 ‘작곡-안무’로 장원에 등극한 뒤,

88년 제주 한라문화제 ‘민요’와 95년에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번에는 명고수 조카들 차례. 모두 용복씨가 대통령상을
받은 전국고수대회 무대에서였다. 용복씨의 친형 용안(34·
전북도립국악단원)씨는 지난 95년 15회 대회에서, 사촌형
용수(33·〃)씨는 98년 18회 대회에서 각각 장원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조소녀씨의 딸 조희정양(19·전북대)과 조카, 손자 등
모두 아홉 명이 대학원과 대학 등에서 기량을 닦고 있다.

"천부적인 '끼'도 흐르지만, 그보다는 국악에 대한 집념과
부단한 노력이 영예를 만들지요."

가족 열네 명이 함께 무대에 서는 일도 많다. 이달초 네 시간이
걸리는 세정씨의 심청가 완창발표 때는 오빠인 용안-용수-용복씨가
차례로 북채를 잡았다. 조씨 가족들은 오는 6월 전주에서 시민 앞에
나서는 첫 가족음악회를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