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을 맞아 경찰력이 선거현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생긴 치안공백을
틈타 강력 살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서울 옥수동 ㈜효성무역PG 고문
부부 살해사건에 이어 부산에서 철강회사 회장 부부가 살해됐다.

8일 오후 5시35분쯤 부산 동래구 온천3동 1240-3 정진태(76·경남 양산
㈜DCM 철강 회장)씨 집에서 정씨와 부인 손호석(73)씨, 50대 파출부 등 3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정씨의 친척 김모(75·부산시 해운대구·여)씨가 중상을
입고 신음중인 것을 정씨의 둘째 아들 연근(44·건축설계사)씨가 발견했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숨진 정씨가 회장,
장남 연택(49)씨가 사장으로 있는 DCM은 가전 제품용 철판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다.

연근씨는 『주말을 맞아 부모님 집을 찾았으나 인기척이 없어 무인도난방지
시스템 업체 직원을 불러 집에 들어가보니 아버지가 안방에, 어머니와 친척
할머니가 거실에, 파출부는 부엌 바닥에 각각 목과 배 부위를 2~3회씩 흉기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반항 흔적이
거의 없고, 안방 철제금고가 열려져 있었으며, 범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운동화
자국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방 금고와 장롱 속 귀금속함 7개 중 6개가 비어 있는 점으로 미뤄
금품을 노린 강도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원한이나
면식범에 의한 계획적인 강도살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건 후
없어진 정씨의 경남 44가 2484호 벤츠 승용차를 수배했다. 이 집에는
도난방지시스템 업체의 열 감지 장치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사건 당일
모두 해제된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에 앞서 8일 오후 8시20분쯤 경북 경산시 서상동 김모(33)씨 집에서
김씨의 부인 권모(24)씨가 손발이 묶이고 옆구리에 칼이 찔린 상태로 살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