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쉬리' 찍은 곳 가보고 싶네요."

두달째 일본 열도를 강타하며 관객 70만을 돌파한 한국영화 '쉬리' 돌풍이
관광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 중 촬영 장소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늘자 제주도의 '쉬리' 현장 답사와 비디오 관람을 알맹이로
하는 '쉬리 패키지'를 우리측이 만들어 일본판매를 시작했다. 서울지역
촬영장소를 포함한 패키지도 속속 준비중이다. 일본영화 '실락원'이 히트하자
극중 사랑여행의 배경이 됐던 온천지를 앞다퉈 찾아갔던 일본다운 반응이다.

일본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인기있는 곳은 제주신라호텔 바닷가 정원.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When I Dream' 멜러디가 깔리는 가운데, '한 마리가 죽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따라죽는다'는 물고기 '키싱 구라미' 이야기를 한석규-
김윤진이 나누던 벤치가 있는 곳이다.

이 호텔 신완철 대리는 "하루 100여명
안팎씩 벤치에 관광객이 몰리는데 이중 상당수가 일본인으로 보여 영화 대사를
적어놓은 '안내판'까지 설치해 놓았다"며 "벤치를 둘러보고, 영화도 보고 인근
사격장에서 영화에 나오는 총기 사격도 해보는 2박3일 패키지를 개발해 18일
일본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도 대한여행사등 여행사에서 서울 및
근교의 촬영지를 묶은 패키지를 준비중이다.

서울지역 촬영 현장으론 남북 공작원들의 대결장소가 됐던 구의동
테크노마트를 비롯, '노천카페 총격전'의 무대인 삼성동 무역센터 광장등이
있다. 제작사인 강제규필름 유봉천 이사는 "일본 관객 50만명을 넘긴 2월 중순부터
촬영장소를 묻거나 영화속 김윤진의 선글래스, 옷 시계등을 파는 곳을 묻는
여행사들 전화가 일주일 너댓번씩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묻는 '빌딩벽 대형 어항'은 아쉽게도 사라진 명소가 됐다. 한석규-
김윤진이 나누던 뜨거운 키스 배경이 된 이곳은 어느 빌딩에 임시로 지어놓고
찍은 뒤 철거해버렸다. '실락원' 현장들이 대부분 보존돼 영화속 주인공처럼
식사하고 온천하는 패키지가 대히트한 일본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 김명환기자 mhkim@chosun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