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중 조모상’이라고 신문에 부음이 나왔는데 문상가야 하는 겁니까?”

승중상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승중은 원래 장손이 아버지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조상의 제사를 받는
것을 말했다. 조부모보다 아버지를 먼저 여읜 장손이 승중제례를 모셨다.
승중상은 바로 이런 아버지를 먼저 여읜 장손이 당한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의 초상이다. 어떤 초상이 슬프지 않겠는가마는 어떤 조모상 보다
더 슬픈 초상이다. 아버지 없이 조부모를 모신 것이니 슬픔도 그만큼 클
것이고 또한 살림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승중상의 부고를 받으면 특히
신경을 써서 조상하는 것이 푸근한 우리들의 정리였다.

새천년, 2000년이 화려하게 시작됐다. 여느 해와 달리 지구촌 곳곳이
요란했다. 기독교 국가가 아닌 나라들도 덩달아 서기 2000년을 자축하며
풍요의 꿈에 젖어 있다. 새천년의 희망이 부풀어나고 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단지 확실한 것은 지난 20세기에 태어난 사람들은
획기적인 의학 발전이 없는 한 대체로 새천년 21세기에 이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위대한 인간도 자신의 주검은
스스로 거두지 못한다. 예절의 출발은 주검의 인간적 예우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80년사사편찬실장 suh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