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아마존이 있다면 한국엔 알라딘이 있다? 너무 이른
이야기일까. 하지만 올해 7월 오픈한 이래 매달 2배 이상씩
성장을 거듭하는 알라딘(www.Aladdin.co.kr)의 미래전략을
살펴보면 한번 비교해봄직 하다.


사진설명 :
「아마존」에 맞서는 인터넷 상거래망을 개설하겠다고 말하는 조유식 「알라딘」 대표./(*이응종 기자 ejlee@chosun.com*)

대표 조유식(35)씨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충무로 4가

인쇄골목 끝쪽 허름한 건물에 자리잡은 알라딘 사무실에서

만난 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심스런 표정, 부드러운

손, 벤처 기업가라기보다 문사같다.

"매일 밤 11시까지 일하고,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있어요. 이
분야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니까요."

그는 인터뷰중 '최고'라는 어휘를 10번 넘게 반복했다. 하루
판매량 600권에 매출액 500만원,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객은
하루 3900명. 국내 40여개 인터넷 서점 가운데 교보문고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ㄷ., 지난 13일엔 미국 교포들 대상으로 인터넷
서점(www.AladdinUS)도 개설했다.

그는 가상공간에 대형서점 10개쯤 합친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실제 서점보다 훨씬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책을 찾고 즐기는
문화공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주 고객은 가벼운 책을 즐기는 신세대 네티즌보다 진지한
주제의 책을 파고드는 20대후반~30대 중반의 직장인이고, 지방
고객이 절반이다. 이들에게 20만종의 도서 DB를 비롯, 최근
간행된 2만5천종에 대한 북 리뷰, 목차, 저자소개 등을
서비스한다.

그는 대학시절 열혈 운동권이었으면서도 한쪽으로 사업의 꿈을
간수했다.

결혼 2개월여만에 LA캘리포니아주립대(UCLA)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갔지만 머리속은 사업 아이템으로 가득 찼다.

"미국은 이메일을 전화보다 많이 사용하더군요. 인터넷이
통신수단이자 미디어이고 비즈니스라는 사실에 놀랐어요. 아는
것이 도둑질이라고, 제가 아는 것이 책이고 또 책이 전자
상거래의 꽃이라는 것을 알고 무릎을 쳤죠."

마음이 바빠져 6개월 남은 공부를 포기하고 돌아왔으나 그를 기다린
것은 주위의 반대였다.

"너는 사업할 놈이 아니야"(친구들),
"정보화니 뭐니 헛바람 들어서 하는 짓이지"(아버지) 등 빈정거림을
뒤로 하고 한달간 머리를 싸맨 끝에 '알라딘'이란 도메인 이름을 정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마술램프의 주인이죠. 고객 소원을 뭐든지
들어준다는 이미지를 업을 수 있는 장점에다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알라딘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정확한
정보서비스, 주문에서 배달까지 48시간내 완료, 끊임없는 재투자.

한권을 주문하면 일반 서점과 같은 값이지만 4권을 사면 8천원이 싼
할인정책 등이 효력을 발휘해 이제 두루넷, 네이버, 신비로, 매직스테이션 등
인터넷 쇼핑몰에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으로 올라있다. 그는 아마존을 벤치마킹
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

"앞선 것은 배워야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배우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안경너머의 눈동자가 순간 불꽃을 튀긴다.

"아마존을 비롯해 미국의 서점 체인 '반즈 앤드 노블', 독일의 종합
미디어그룹'베르텔스만'등이 조만간 한국에 상륙할 것입니다. 그 전에
국내 전자 상거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 할 일이죠."

시작은 자본금 5000만원에 직원2명, 지금은 2억원에 9명이 됐다.
아직 적자지만 내년봄쯤 손익분기점에 갈거라 한다.

"투자에 따른 적자는 당연한 게 아니겠느냐"며 씩 웃더니 컴퓨터에 코를
박는 그는 영낙없는 벤처기업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