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테레사,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광활한 우주 한켠에서 근심어린
얼굴로 지구를 내려다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밭두렁 같은 주름투성이의 얼굴, 합죽한 입가에
번지는 외할머니같은 미소, 마치 지팡이 손잡이 부분처럼 허리가 굽은
구부정한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불쌍한 지구를 쓰다듬고 있는
쭈굴쭈굴한 당신의 그 거룩한 손이 보입니다.

돌이켜보면 사랑이 절대적으로 궁핍한 세월이었습니다. 사랑의 절대적
빈곤이 끊임없이 전쟁과 죽음과 굶주림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간의 존재
가치가 한 마리 개미나 파리보다 못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사랑을 주면서 동시에 증오를 주었으며, 인간은 사랑보다 증오의
편에 서서 20세기를 살아 왔습니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신이 주신
사랑의 편에 서서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20세기에도 사랑을 회복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은
있었습니다. 인종적 종교적 편견이나 국가적 이기심을 버리고 인간의
평등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박애의 정신을 구현한 이들은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마더 테레사, 당신의 삶은 어린왕자가 별에 심은 장미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실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당신은 배부른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1950년 인도 캘커타에 당신이 세운 빈민구호소 '사랑의 선교회'는 지금
전세계 곳곳에 5백여개나 설립되어 있으며, 사랑의 선교회 소속 4000여명
수녀들과 수십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빈민학교와 병원, 나환자 수용소, 임종자의
집, 노인의 집, 에이즈 환자를 위한 집 등이 당신의 사랑의 힘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꽃피고 열매맺고 있습니다. 정작 당신이 지닌 것은 무명으로 짠
단 두벌의 수녀복과 샌달 하나뿐이었는데도 당신의 사랑의 열매는 나날이
익고 썩어 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스스로 '가난한 이의 대표'라고 하시면서 가난한 이들 중에서 가장
가난하기를 주저하지 않으신 당신! 진정한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상처 입을 때까지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사랑은 어느 계절에나
열매 맺을 수 있다는 당신의 말씀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셨습니다. 가난한 이들 중에 가장 가난한
이들, 나환자나 굶주려 죽어가는 이들이야말로 이 땅의 예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굶어죽는다면, 그건 하느님이 보살펴
주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러분이나 내가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당신의 말씀은 진정 옳습니다.

평생 동안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봉사하는 일로 보낸 당신은 실천
외에는 사랑의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실천이야말로 큰
사랑이라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한번은 '사랑의 선교회'에 쌀이 다 떨어져 9000명이나 되는 이들이
그대로 굶주려야 했을 대, 캘커타 시에 있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
학교에 급식되어야 할 빵이 모두 사랑의 선교회로 급식된 그런 기적이
일어난 일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가난한 이들의 이름으로 노벨평화상을
받고 상금으로 받은 돈은 마지막 한푼까지도 그들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는 길도 보여주셨습니다. 돈에 의존하거나 돈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진정 가난한 사람이며, 다른 사람을 섬기는 데
돈을 쓰는 사람은 진정 부자라는 말씀에 우리 모두 노력하고 실천하면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습니다.

만일 달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곳에도 갈 것이라고 말씀하신
테레사 수녀님! 20세기에 인간은 달의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겼지만
아직 인권과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굶주림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정치지도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거짓 뿐입니다. 당신이 우주의 한켠에서 인권의
개념조차 없는 북한의 굶주림 때문에 손수건을 꺼내 울고 계신다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저는 당신이 돌아가셨을 때 인간은 그 얼마나 더럽고 추악한 존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고통과 절망 한 가운데서도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것은 정녕 당신이 계셨기 때문이었던가요.

지금 우주의 어느 별 아래에서 저무는 지구의 20세기를 지켜보며,
희생당할 때까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적게 가질 수록 신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준다는 당신의 별빛 같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정호승/ 시인·소설가 )

◆테레사수녀◆
1910년 마케도니아의 스코플레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아그네스
곤자 보야주. 1928년 아일랜드 로레토 수녀회에 들어간 후 인도로
가서 캘커타의 센트 메리 고등학교의 교사-교장으로 일했다. 1948년
캘커타 빈민가에서 혼자 활동을 시작했고 2년 뒤 '사랑의 선교회'를
창립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집', 고아-나환자를 위한 시설을
인도 각지와 전세계에 설립했으며 197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97년 9월 세상을 떠났으며 로마 교황청에 의해 시성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