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승부처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곱지 못하던 시선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졌다. 한화의 로마이
어와 데이비스. 두 외국인선수들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둔갑했다. 한화는 14일까지 5연승을 달리며 LG에 2.5게임차로 앞서
매직리그 2위를 고수했다.

최근 한화의 상승세는 두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이 톡톡히 한몫하
고 있다. 14일 드림리그 선두 롯데전. 로마이어는 0-1로 뒤진 1회
말 투런홈런을 쏴 경기를 뒤집었다. 다시 2-3으로 끌려가던 6회말.
데이비스가 동점홈런을 때리며 분위기를 일신, 재역전에 성공했다.

최근 5경기서 로마이어는 홈런 2발을 쏘았다. 그것도 고비마다
터져 값어치는 배가. 데이비스는 14일 롯데전서 4타수3안타를 기록
하는 등 5경기 타율이 0.381(21타수8안타 8타점)로 공격을 이끌었
다.

시즌 전 두 선수는 올 프로야구 외국인선수중 호세(롯데)와 함
께 수준급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한화는 시즌 초 이들 때문에 골치
가 아팠다. 1순위로 지명한 로마이어. 방망이 실력보다 말이 앞섰
다. 뻔히 코치를 앞에 두고 동료선수들에게 '훈수'를 뒀다. 국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도 신경질을 냈다. 데이비스는 기복이 심한
플레이로 벤치를 웃기고 울렸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로마이어는
말보다 방망이로 실력을 입증했다. 데이비스도 예전의 집중력을 되
살렸다. 그러자 팀도 상승세를 탔다.

9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뒤 94년 플레이오프(태평양에 3
전전패)와 96년 준플레이오프(현대에 2전2패)에서 전패 수모를 당
했던 한화. 두 외국인선수의 활약으로 모처럼 풍성한 가을걷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