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와 왜장이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
일본 후쿠오카의 히코산 숲속에 위치한 보수원. 이곳에는 논개 영
정이 걸려있다. 진주 촉석루 옆 논개 사당 의기사 것과 똑같은 영정
이다. 그러나 후쿠오카의 논개는 혼자가 아니다. 그가 혼신의 힘으로
껴안고 남강 물에 끌고 들어간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 위패가 함께
있다. 그뿐 아니다. 양 옆에는 게야무라 처 오소노와 처제 오키쿠 것
까지 있다.


사진설명 :
논개와 왜장 게야무라, 그의 처와 처제의 위패가 함께 놓여있는 보수원 내부.

논개와 왜장, 왜장의 처, 처제가 나란히 한 사당에 모셔진 연유는

무엇일까. 4일 밤 12시 KBS 1TV수요기획 '누가 논개를 욕되게 하는가?-

히코산 보수원의 논개'가 추적에 나선다. 일본에 '논개 사당'이 세워

진 것은 1976년. 당시 이미 '화제거리'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사실

이다. 독립프로덕션 미디어네트가 추적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새 소

식'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일본 논개 사당'의 왜곡된 본질을 고발한

다.

한국인의 역사 의식 부재도 정식으로 문제 제기 하고 나선다. 지
난 5월 제작팀은 일본 보수원을 찾아 20여년 전 진주에서 논개와 왜
장의 혼을 건져 왔다는 승려 우에스카 하쿠유를 만났다. 논개 영정
뿐 아니라 묘비까지 만든 이다. 논개 묘비 옆에는 왜장 게야무라 묘
가 보인다. 우에스카는 "1973년 진주 남강에서 논개와 왜장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를 벌이고 '혼을 건져갔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공
공연하게 논개와 게야무라의 영혼을 결혼시킨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고 한다. '진혼제' 3년 뒤 보수원을 짓고 '한일 군관민 합동 진혼제'
를 열었다. '임진왜란 당시 숨진 양국민들을 달래면서 양국사이 원한
을 풀고 친선을 도모하자'는 행사에 당시 한국인사들도 대거 참여했
고 우에스카는 한국 측으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았다고 한다.

보수원에서는 지금도 매년 위령제가 열리고 있는데 최근까지 후쿠
오카 총영사관에서 화환을 보내왔다고 제작팀은 말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논개에게 빌면 아이를 낳을 수 있고 부부관계가 좋아진다'
는 소문도 있다.

우에스카는 "게야무라도 불쌍하다. 어차피 죽은 사람인데 함께 모
셔도 괜찮지 않냐"고 묻는다. 물론 일본 승려 개인의 행위에 대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한국과 일본의 사이 과거에
대한 정확한 역사 인식이 정립되기 전에 선린 우호, 세계 평화주의라
는 관념적인 구호는 공허하다"고 말한다.미디어네트 임노규 PD는 "모
든 상황은 '논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논
개를 둘러싼 논쟁은 지난 400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논개는 과
연 기생이었나?', '당시 논개의 나이는?' '여성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조선사회의 평가는?', '의기사 논개 영정은 친일 작가의 작품?'….
제작팀은 '논개-400년간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으로 후속 다큐멘터리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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