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네로 황제(37∼68)의 몰락의 원인이 된 황금궁전(Domus
Aurea)이 25일 붕괴 위험으로 폐쇄된 지 18년만에 다시 일반에 문을
연다.

2000년 새 밀레니엄 개막을 앞두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 고대 로마 및 르네상스 문화유산 복원사업을 벌여온 이탈리
아 정부는 96년 황금궁전 복구를 위해 복권 판매 수익금 등 보수자금
300만달러를 마련, 복원공사에 들어갔다.


사진설명 :
지오바나 멜란드리 이탈리아 문화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3일 로마에서 기자들과 함께 건물 내부를 돌아보고 있다. /로마=AP연합

웅장한 기둥을 따라 늘어선

방 300개 가운데 150개가 복원공사를 마쳤고, 그중 32개가 이번에 공

개된다. 물이 말랐던 호수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나머지 객실들은 아

직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로마시는 황금궁전 복구를 기념하기 위해 25

일부터 사흘간 네로의 기독교 박해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쿼바디스'

를 야외상영하고,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 서사시 낭송회를 여는 등

행사를 벌인다. 각종 박물관도 무료 개방된다.

건평 24만4800평에 분수대, 정원, 목욕탕, 인공호수, 정자를 갖춘
황금궁전은 방마다 천장에 진주와 상아를 박아 넣었다는 화려한 건축
물이다. 기원 64년 로마시의 절반 이상을 태워버린 대화재 직후 네로
는 로마 시내 한가운데 땅을 강제로 사들여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65
년 착공된 황금궁전은 티베레강을 끼고 팔라티누스, 카일리우스, 오피
아누스 언덕 등 7개 언덕중 4개에 건설됐으며 고대 로마 시내 전체 면
적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당시 네로는 시민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초대 황제 아우
구스투스의 증손녀인 네로 어머니 소아그리피나는 네로의 생부인 남편
을 죽이고 삼촌인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결혼한 뒤, 새 남편을 설득해
네로를 후계자로 세웠다. 54년 클라우디우스가 죽은 뒤 옥좌에 앉은
17세 소년 네로는 곧 사사건건 간섭하는 어머니와 사이가 나빠졌고,
5년뒤 어머니를 살해했다. 로마 시민들은 주색에 빠져 밤거리에서 난
동을 부리고, 연극무대에 서서 수금을 타며 눈물을 짜는 폭군 네로에
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64년 대화재가 일어난뒤 네로가 "로마를 그리스식으로 재건축하겠
다"고 발표하자, 당장 "그리스 예술을 좋아하는 네로가 로마 외관을
취미에 맞게 뜯어 고치려고 일부러 불을 놓았다" "불타는 로마를 앞에
두고 수금을 타며 노래를 불렀다"는 소문이 퍼졌다. 네로는 소문을 무
마하기 위해 "기독교도들이 진짜 방화범"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원
형 경기장에서 기독교도들을 살륙했다.

화재 사건과 뒤이은 반란 기도에도 불구하고 황금궁전 건축을 강행
한 네로는 66년 로마 정치를 해방노예에게 맡긴채 그리스 유람에 나섰
다. 68년 2월 로마 황금궁전으로 돌아온 네로는 몇달 뒤 스페인 속주
총독갈바 등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급보를 들었다. 근위대마저 네로를
버리고 반란군에 합류하자, 네로는 노예의 도움을 받아 단검으로 목을
찔러 자살했다.

네로 뒤를 이은 황제들은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할까봐 황금궁전을
공공건물로 사용하고, 궁전 부지에 다른 건물들을 세웠다. 로마 제국
이 몰락한 뒤 흙먼지에 묻혀버린 황금궁전은 16세기 르네상스 때 다시
발굴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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