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6월 25일 밤 10시20분. 억수같이 쏟아붓던 여름 비가 잠시 그
친 그 시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이
탄생했다. 무패(34승2무)의 동양챔피언 김기수(28)가 역시 무패(64전승)
를 자랑하던 WBA 주니어미들급 챔피언 니노 벤베누티(28·이탈리아)를
판정으로 물리치고 한국복싱사에 새 장을 열었다. 김기수는 아마시절 로
마올림픽(60년) 준준결승전에서 벤베누티에 유일하게 판정패, 개인적으
로도 6년만의 멋진 설욕이었다.
당시 프로복싱은 최고 인기스포츠. 김기수의 승리는 국가적인 경사였
다. 김기수는 귀빈석에서 관전하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뛰어갔고, 대통령
은 땀에 젖은 챔피언을 얼싸안은 뒤 허리에 금빛 챔피언 벨트를 손수 채
워주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기수 선수의 챔피언 등극은 국력의 신장을 반
영하는 현상"이라고 썼다. 은퇴후 명동에 '챔피언 다방'을 차리는 등 사
업가로도 성공한 김기수는 97년 6월 간암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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