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록 병원24시'(KBS 2TV 수 밤11시)는 항상 아슬아슬하
다. '어느날 갑자기' 누구에게나 닥칠 수있는 운명을 다루기 때
문이다. 그 운명은 때론 목숨까지 요구한다.

23일 내보낸 '스물 여덟의 피터팬 소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장을 멈춘 박경호씨는 키 130㎝, 몸무게 30㎏에 불과했다.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아 남자로서의 삶도 살 수 없다. 아버지 세
탁소에서 전화를 받거나, 세탁물에 꼬리표를 붙이는 일로 소일
해왔다. 이런 그에게 복음이 들렸다. 정밀검사를 한 결과 "다시
자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운명은 가혹했다. 초음파검사 결과 간과 비장이 붓고,
혹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조직검사를 위해 개복수술을 했더
니 악성종양이다. "수술이 잘 됐다"며 안심한 것도 잠깐. 화면
은 패혈증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박씨의 마지막 모습을 비췄다.

방송 1년을 갓 넘긴 '병원24시'(98년 6월21일 첫 방송)에는
이렇듯 안타까운 죽음이 많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기막힌
사연들이 이어진다. 영화배우 손창호씨, 119 구조대원 이내원씨,
야구투수 김상진씨가 그랬다.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행려병자로
당뇨병과 만성 신부전증과 싸우던 손창호씨는 울리지 않는 휴대
폰을 만지작거리며 성깔을 부렸다. "속초 바다에 가고 싶다"고
되뇌던 그는 잠들듯 이승을 떠났다.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
병하던 해태투수 김상진씨도 방송 석달만에 세상과 이별했다.고
환암으로 투병하면서도 꿋꿋하던 열여덟살 원식군은 지난 2월
항암치료를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하지만 희소식도 있다. 출생 후 5년간 중환자실을 떠나본 적
이 없던 샴쌍둥이 유정양은 작년말 퇴원해 집에서 지낸다. 백혈
병과 사투를 벌인 스물네살 근혜씨는 건강한 모습으로 복학했고,
가스폭발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장경미씨도 퇴원할 날만 기다리
고 있다.'병원24시'는 이처럼 삶의 소중함을 반추하게 하고, 사
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가식없이 생생한 화면이 무엇보다 큰 무
기다. 제작을 맡은 독립프로덕션 제이프로 김주영 PD는 "인간의
가장 절박한 순간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에 다큐멘터리의 힘이
있는 것같다"고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