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의 78세 생일은 '눈물의 파티'가
됐다. 초반 개표결과는 그가 깔아놓은 가시밭길이 야당지도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2)에게 정치적 자양분으로 작용했음을 입증했기 때문
이다.

유권자 수가 1억이 넘고 개표가 진행중이어서 완벽한 결과를 예측하
긴 이르다. 하지만 48개 정당이 참가해 야당 표가 분산된 점을 감안하
면, 메가와티가 이끄는 민주투쟁당(PDI-P)의 선두 질주는 '선거혁명'이
라 표현할 만하다.


사진설명 :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을 이끌고 있는 메가와티 여사가 선거유세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AP자료사진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의 장녀이자, 전임 정권에 핍박받

은 민주인사. 메가와티의 인기 비결은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1966년 수

카르노 초대 대통령은 21년간 통치를 마감하고 수하르토에게 메르데카

궁을 물려줬고, 이 때부터 정치적 고행이 시작됐다.

"정치는 어렸을 때부터 일상사였다"는 자신의 표현대로, '조기 정치

교육'을 받았다. 학생운동에 참가하는 바람에 대학(카자자란대,인도네

시아대)과 전공(농업학,심리학)을 바꾸면서도 졸업장은 받지 못했다.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하는 아픔도 겪었다.

메가와티는 수하르토 독재로 인한 염증, 저항의 상징이자 민주주의
기대주로서 87년 정계 진출과 함께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93년 PDI-P
당수에 올랐다가 96년 여권의 정치 공작으로 당수직에서 쫓겨났고, 이
듬해 총선에서 출마 금지된 것이 오히려 '거목'으로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거대 이슬람세력 외에도 전문가집단, 청년층, 노동계층에 이르
는 광범한 지지층을 가져 11월 대선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진정 필요한 것은 빵이다." 비판자들은 메가와티 열기
를 '허상'으로 격하한다. 빈부격차 해소, 고용 창출 등 '경제' 묘수를
찾기보다 수하르토 실정 비판 같은 '정치'에 치중한다는 주장이다. 정
치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현 정국이 원하는 '대처'
(영국전 총리) 스타일이 아닌, '코라손'(필리핀 전 대통령)에 가깝다"
며 신중한 성격을 비꼬기도 한다. 아버지의 카리스마를 물려받지 않고,
대신 인기에 영합하는 '민족주의' 성향에 빠질 위험도 경고한다.

PDI-P의 이번 총선 득표율은 45%로 전망되고 있고, 메가와티 없는
PDI-P는 이제 상상할 수 없다고 외신이 전한다. 이번 총선 승리는 그녀
의 대선 가도에 더 없는 뜀틀이 될 것이란 평가다. 그녀가 대선에서 승
리할 경우, 인도네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부친의 명예회복이란
두가지 꿈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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