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컬티'(The Faculty·22일 개봉)는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 각본
케빈윌리엄슨이라는 조합이 우선 눈길을 끈다. 로드리게스는 '마리아치'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내며 '천재'라는 찬탄을 낳은 악
동. 윌리엄슨은 '스크림' 1-2편을 써서 공포영화를 무덤에서 일으켜 세
운 신세대 작가다.

둘은 '패컬티'에서 돈 시겔의 B급 SF 'Invasion Of The Body Snatche-
rs'(56년)에 경배한다. 여러 리메이크 작품을 낳았을뿐 아니라, 숱한 SF
영화들에게 영감을 물려준 고전이다. 외계인이 인간 몸을 숙주로 삼아
번져간다는 모티브를 '패컬티'도 고스란히 되살린다.

시골 고등학교 풋볼 코치(로버트 패트릭)가 교장(비비 뉴워스)을 살
해한다. 하지만 교장은 멀쩡하게 살아나고, 다른 교사와 학생들도 하나
둘뭔가에 감염돼듯 이상한 행동을 한다. 케이시(엘리야 우드)를 비롯한
왕따 학생7명이 전염체 정체를 추적한다.

'Invasion…'에서 시겔은 50년대 매카시즘을 외계인에 은유해 공격
했다. 이제 로드리게스는 기성 교육체제에 야유를 퍼붓는다. 사악한 전
염주체가 교사들(faculty)이라거나, 불량 학생들이 사고 파는 마약이
외계인 퇴치수단이 된다는 설정이 과격하다. "우리는 교육이 필요없다"
고 외치는 핑크 플로이드 'Another Brick In The Wall'도 흐른다. 에일
리언(alien)과 소외(alienate)를 모티브로 연결해, 왕따들이 외계인과
맞서는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야유는 야유에 그친다. '패컬티'는 자본과 특수효과를 동원
한 할리우드 오락영화일 뿐이다. '에일리언'과 '스크림'을 합쳐놓은 듯
하지만, 공포나 긴장보다는 터무니 없는 장난기, 기괴한 농담에 주력한
다. '패컬티'는 명백히 10대 후반, 20대 초반 취향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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