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 소설사에서 전원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장 지오노
(1895∼1970)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지오노의 장편 '영원한 기쁨'(원제 Que ma jolie demeure)이 불문학
자 이원희씨 번역으로 이학사에서 최근 나왔다. 지난해부터 이학사가
펴내고 있는 '지오노 선집' 시리즈 중 '언덕' '보뮈뉴에서 온 사람'
'세상의 노래'에이어 네번째다. 이 시리즈는 앞으로 지오노의 마지막
작품 '쉬즈의 붓꽃'등 전 8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남부 프랑스의 고향에서 일생 동안 창작의 결실을 수확했던 작가 장 지오노.
지오노는 프랑스 남부 오트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 마노스크에서 태
어나 평생 고향을 지키며 창작의 밭을 일궜던 지방 작가였다. 지오노
의 출세작 '언덕'(1928년) 등 30여편의 소설과 희곡, 시나리오등은 프
랑스 문학사의 큰 별들만 수록하는 '플레이야드' 전집에 수록되어 있
다. '전원교향악'의 작가 앙드레 지드는 지오노의 '언덕'을 읽고 나서
"이시대에 프로방스 지방에 새로운 베르길리우스(로마 시대 서사 시인)
가 탄생했다"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지오노는 영화감독 마르셸 파놀
과 손잡고 자기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는가 하면, 콩쿠르상 심사위원으
로도 활동했다. 이처럼 시골에 살면서도 전방위로 활동했던 그는 75세
로 타계할 때 고향 집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던 중이었다.
지오노의 아버지는 구두 수선공이었고, 어머니는 세탁소에서 다리미
질을 하면서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갔다. 지오노는 열여섯살 때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은행 사환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유럽 고전
들을 섭렵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징집돼 몇 차례 사선을 넘나들면서,
전쟁을 통해 드러난 서구 문명의 야만성에 진저리를 쳤다. 이 체험으
로,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현대 문명을 비판적으로 성찰했고, '자연
앞에 선 인간'을 형상화하면서 인간과 자연, 무생물이 합일되는 범신
론적생명관을 노래했다.
이번에 번역된 '영원한 기쁨'도 남프랑스 시골에서 전개된다. 소설
아무 곳이나 펼쳐도 바람이 전하는 서정적 목가를 들을 수 있다. '바
람이 불다 그쳤고, 그리고 별들이 풀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수풀을 이
룬 별들이 암흑 속 깊숙이 박힌 채 활짝 핀 금빛 뿌리로 밤의 반짝이
는 덩어리들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이 소설은 바람처럼 세상을 떠도는 낯선 사내가 시골 마을에 들어
오면서 전개된다. 그 마을 사람들은 원래 자연을 벗으로 여겼으나, 문
명화와 함께 자연을 소유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낯선 사내는 그들
속으로 들어가 무소유와 자연 친화의 영원한 기쁨을 서서히 일깨워주
지만,폭풍우가 몰아치는 들판에서 벼락을 맞는다. 하지만 그는 죽음으
로써 자연으로 회귀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영혼의 눈을 뜬 사람들은
그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중얼거리는 가운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작가의 생명 사상을 이해하는 것도중요하지만, 이 소설의 묘미는 숲,
하늘, 땅, 공기가 어우러지는 서정적 묘사의 황홀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