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볼컨트롤과 양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일선 공격수에게 찔
러주는 원터치 패스…. 일본인들이 '일본의 희망'이라고 부르는 청소년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 오노 신지(20·우라와 레즈) 플레이다. 그는 J리
그와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가 배출한최고의 '걸작품'이다. 오노가 경
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일본에서는 "오노 없이 우
승은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10살 때만 해도 오노는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
는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방에 월드컵과 마라도나 사진을 붙
여놓고 틈만나면 TV에서 본 세계스타들의 플레이를 흉내내는 '초등학교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계속 단계를 올려가며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
을 받은 것이 또래의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달랐다.


사진설명 :
'일본 축구의 희망' 오노 신지

어린 선수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은 빨리 성과가 나타나

기 마련. 중학 2학년때인 93년 U-15 대표로 선발됐고, 94년에는 U-16대

표로 아시아 주니어유스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이듬해에는 에콰도르서

열린 U-17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더니 98년 대표팀에 발탁, 작

년 4월 잠실 한-일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작년 프랑스월드컵서도

자메이카와의 최종전에 후반 15분을 뛰었다.

97년 축구명문 시미즈상업고를 졸업한 오노는 프로팀 우라와 레즈에
입단했다.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한 선수들은 대학보다 프로팀
입단이 최종 목표기 때문이다. 98년 오노는 J리그 27경기에 출전해 9골
을 넣어 신인왕에 올랐다. 우라와 레즈는 걸출한 '대형 신인' 덕에 작
년 경기당 평균 2만2706명이 입장하는 '오노 효과'까지 누렸다.

프로입단 후 오노는 "나의 축구 테크닉은 '골든 에이지(Golden Age·
9∼12살)' 때 모두 익혔고, 트레이닝 센터를 거치면서 완성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바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 어린 소년을 일본의
축구시스템이 '일본의 희망'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일본 축구계는 이런
오노를 "'사커 키드(Soccer Kid)'가 성공적으로 발전한 전형"이라고 평
가하고 있다.

한국이 섬뜩하게 느껴야 할 사실은 현재 일본에는 '오노'를 목표로
트레이닝 센터에서 기량을 닦은 수천, 수만의 사커 키즈(Soccer Kids)
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 나이지리아대회에 출전중인 청소년팀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오노처럼 일본 축구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오노형
선수'다. 출전 선수 중 이시카와만 쓰쿠바대학 2학년일 뿐 나머지 17명
은 모두 프로선수들이다. 축구 이력도 오노에 손색이 없다. 일본축구협
회 오노자와 히로시 홍보부장은 "18명 모두 내셔널 트레이닝센터에 한
번 이상 뽑혔던 선수들"이라며 "J리그로 비롯된 축구환경의 변화는 일
본선수들의 기량과 축구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