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통령과 조선백자-승마 화제로 환담 ##.
3박4일간의 역사적 국빈방문을 위해 남편 에든버러 공과 함께 19일
오후 입국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은 국립묘지 참배, 청와대 공식환영
행사,서울 미동초등학교 방문 등 쉴틈없는 방한일정에 들어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양국
국기를 들고 환영 나온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는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청와대에 도착,
공식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3시 35분부터 30분 동안 김대중 대통령내외
와 환담을 나눴다.
김 대통령과 에든버러 공은 김 대통령의 9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체류 시절과 지난해 김 대통령이 케임브리지에서 거처하던 집의 현판
식에 에든버러공이 참석했던 내용을 주제로 환담했다. 양국 정상 내외
는 또 우리의 안동 문화와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에 대해 대화를 나
눴다. 김 대통령은 환담장에 나온 찻잔에 대해 "조선백자를 재현한 것
으로 여왕 방한에 맞춰 준비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환담장에선 지난해 런던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회의때 김 대통
령이 버킹검궁을 방문,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나 나눈 대화와 내년 서
울에서 개최되는 ASEM 회의를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또 엘리자베스
여왕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승마에 대해서도 잠시 대화가 이어졌
다.
김대중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
행사가 끝난 뒤 환담하고 있다.
양국 정상 내외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시장경제를
위한 노력의 과정,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영국의 지원, 영국의 대
한투자 및 한국의 대영투자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환담은 아주
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에든버러 공도 대화에 적극 참여했
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국에 온 것이 기쁘고 한국에서 많은 사람,특
히 어린이들을 만나고 안동을 방문하게 된 데 기대를 표시했다.
환담의 구체적 대화록은 영국 왕실의 관례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여왕 내외는 환담에 앞서 청와대 본관 1층 로비에서 방명록에
영어로 이름을 써 서명하고 1층 계단 앞에서 김 대통령 내외와 기념촬
영을했다.
환담 초반 김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오늘은 우리 한국사
람들에게 아주 축복된 날"이라며 "한-영 국교수립 100여년 만에 처음
으로 여왕 폐하가 오시고, 이를 환영하듯 봄날씨마저 화창해 이중으로
기쁘다"고 환영인사를 했다. 김 대통령은 왼쪽에 앉은 에든버러 공에
게도 "지난 85년 방한에 이어 두번째 방한인데 첫번째 보다 훨씬 행복
한 방문이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환담에는 우리측에서 홍순영 외교부장관 내외, 최성홍 주영대사 내
외,임동원 외교안보수석, 박선숙 청와대 부대변인이, 영국측에서 패칫
외무차관,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 내외, 에얼리 의전보좌관 등
이 배석했다. 박 부대변인은 여왕 방문인 점을 감안, 박지원 대변인
대신 배석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본관 대정원에서 거행된 공식 환영행사는 15
분간에 걸쳐 양국 국가 원수에 대한 의장대와 군악대의 경례, 국가 연
주, 의장대사열 순으로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행사시작 2분전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본관 현관에
도착,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를 영접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외빈 1호
차인 국산 체어맨을 타고 에든버러 공과 함께 차에서 내려 김 대통령
내외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엘리자베스 2세는 하늘색 투피스 차림
에 모자를 쓰고 왼손에 백을 걸어들었다. 필립 공은 검정색 정장차림
이었다.
의장대 사열후 양국 정상은 우리 측 환영인사 18명과 영국측 공식
수행원 14명의 소개를 받았다. 에든버러 공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뒤를
따르며 우리측 환영인사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으며, "베리 굿"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공식 수행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우리측 행렬 맨 뒤에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서 있었는데, 에든버러 공은 김 대통령을 수
행원으로 착각(?)해 악수를 나누다가 김 대통령인줄 뒤늦게 알아 차리
고 제스처를 취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환영나온 주한 영국학교와 미동 초등교 학생들로
부터 꽃다발을 받고 학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엘리자베스 여왕
은 오픈카 위에서 김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내외는 청와대 환영행사를 마치고 서울 미동초등학
교를 방문, 태권도 시범을 참관하는 등 어린이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공항에 안착,
최상덕 외교통상부 의전장과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의 기내영접
을 받고 환하게 웃으면서 트랩을 내려왔다. 엘리자베스 여왕내외가 서
울공항에 첫발을 내딛는순간 3군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펴지면서 1883
년 한-영 수교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영국국가원수를 환영하
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 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