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김훈 중위의 사망 원인에 대해 14일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국회 국방위는 여전히 의문
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방부 특조단의 발표
와 이에 대한 관계 당사자들의 반응을 들어본다. (편집자).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14일 그동안 타살 의혹이 강력히 제기돼온 김
훈 중위 사인에 대해 4개월간의 재조사 끝에 자살로 결론 내림으로써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이번 사건은 외형상 자살로 일단락됐다.
김훈 중위가 사망한 지하벙커를 실물크기로 만든 모의 벙커에서 14일 국방부
특별조사단 관계자가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 중위가 사용하던
모자와 무전기 등이 놓여 있다.
특조단은 작년 12월 이후 유족과 언론 등이 제시한 122개 의혹에 대
해 군및 민간 검찰, 기무사 등 68명의 조사요원을 투입하고 법의학자와
변호사, 교수 등 25명의 민간인 자문위원을 참여시켜 철저히 재조사했
으나 타살 의혹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자살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다.
특조단이 이같은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김 중위
가 숨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241초소내 3번 지하벙커의 구조. 이 벙커
는 가로 2.56m, 세로 2.50m, 높이 2.20m로 왼쪽에 블록과 모래주머니로
쌓은 기관총거치대가 있어 통로 폭은 85㎝에 불과하다. 때문에 2명이
싸움을 벌이기 어려우며 김 중위가 섰을 경우 머리와 천장 사이 간격이
20㎝에 불과, 흉기로 내려칠 만한 공간이 못되기 때문에 제3자가 둔기
로 김 중위를 내려친 뒤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총을 머리에 가까이 댄 채 단 한 발의 총탄으로 타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김 중위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최근 3년간의 군인 자
살자296명중 62%가 유서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타살로 보기 어렵다는 입
장이다.
특조단은 이와 함께 ▲김모 중사 등 소대원 46명 전원의 알리바이가
성립하고 ▲탄도 방향만으로 자-타살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법의학
자들의 중론이며 ▲김 중위가 사망 당시 다른 사병의 권총을 갖고 있었
지만 권총 지급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이뤄졌다는 점 등도 타살 의혹
을 배제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조단은 김 중위의 자살동기와 관련, 김 중위가 판문점 공동경비구
역(JSA) 경비장교로 배치된 뒤 업무 부담감을 많이 느꼈으며 중대장으
로부터 심한 질책을 여러차례 받아 무력감에 빠져 자살을 결심한 것 같
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과 국회 진상조사위 등이 특조단 조사 결과에 대해 수긍
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자살동기가 명쾌하지 않아 사인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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