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년 국내초연 멤버 그대로 공연...`뜨거운 파도'등 2편도 ##.
츠카 코헤이. 한국명 김봉웅(51). 일본에서 일본 아카데미상, 키시
다 희곡상, 나오키상 등을 휩쓸며 천재적 극작가겸 연출가로 주목받은
재일동포 연극인이다. 그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3편의 연극을 가지고
고국을 찾아왔다. 그의 작품은 16일부터 27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무
대에서 이어지는 '츠카코헤이 특별공연'에서 선보인다.
츠카 코웨이 연극 '뜨거운 바다'를 보고 그의 지인인 그래픽 아티스트가 그려준
일러스트. 연극에 관통하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을 게이의 모습으로 그렸다.
이번에 공연하는 3편의 연극은 한뿌리에서 뻗어나간 세 가지와 비
슷하다.
이중 '뜨거운 바다-동경에서 온 형사'와 '뜨거운 파도-평양에서 온
형사'2편은 한국배우들로 공연하며, '뜨거운 파도-여형사 이야기'는
일본큐슈오이타(대분)시에서 날아온 츠카코헤이 극단 배우들이 일본어
로 공연한다.
우선 눈길이 쏠리는 작품은 첫 무대 '뜨거운바다-동경에서 온 형사'
다. 85년 국내 초연됐던 이 연극을 위해 전무송 강태기 김지숙 등 초
연 당시 배우들이 14년만에 다시 뭉쳤다. 초연땐 패기 넘치는 젊은 배
우였으나 이젠 한국연극의 굵직한 재목이 된 쟁쟁한 배우들을 한꺼번
에 대한다는 것만으로도 연극팬들을 설레게 할만하다. 최주봉이 맡던
용의자 역만 손병호가 맡는다.
'뜨거운 바다…'는 일본에서 히트했던 연극 '아다미 살인사건'을
고쳐쓴 블랙 코미디다. 도쿄 경시청 기무라 형사부장(전무송)과 젊은
형사 구마다(강태기) 미모의 여형사 하나코(김지숙)가 여공 살인사건
용의자인 공장직공(최주봉 등)을 조사하는 과정이 기둥줄거리. 괴퍅한
형사부장이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멍청한 범인을 윽박지르면서, 평범한
살인 사건을 충격적 사건으로 둔갑시킨다는 블랙코미디다.
이 연극은 살인사건 조사라는 긴장된 분위기에, 비틀린 세상에 대
한 조롱과 풍자라는 웃음을 버무린 독특한 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조
사받던 범인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는가 하면 "네가 형사냐"고 형
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85년 초연땐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과 조용필 '창밖의 여자'가 뒤죽박죽 섞이며 폭소를 짓게 했다. 이번
엔 시대에 맞게 조금 손질해 선보이게 된다.
초연때 츠카 코헤이는 이 연극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각색하려 했
으나 경찰을 희화화시킨 일부 풍자에 대해 공륜이 곤란하다는 의사를
밝혀 무산됐었다.
'뜨거운 파도-평양에서 온 형사'와 '뜨거운 파도-여형사 이야기'는
같은 작품의 한국-일본판이다. 모두 '뜨거운 바다'를 변형했다. '뜨거
운 바다'와 등장인물은 비슷하지만 극의 주도권은 형사부장에서 여형
사로 넘어가며 여성문제와 동성연애, 재일한국인 문제등을 전면에 부
각시켰다. 한국판인 '…평양에서 온 형사'엔 전현아 손병호 유형관 김
병춘 박순철 등 신인 5명이출연하며 '…여형사 이야기'는 일본 배우들
에 의해 일어로 공연된다.
이번 공연작들은 오는 6월 일본 오이타 시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국적을 가진 연극인들이 같은 작품을 각자의 모국어
로 공연하는 것은 한-일 문화교류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지난 3월 20
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한국방문 중 바쁜 일정속에서도 츠카
코헤이 극단 서울 연습실을 방문했고 , 3월 23일에는 오부치 총리와
츠카 코헤이의 특별대담이 NHK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츠카 코헤이
연극 3편의 국내 공연을 일본 관계자들은 연극 행사의 차원을 넘어
한-일문화교류 차원에서 보고 있다.(02)8266-123.
(* 김명환기자mhkim@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