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출신의 유태계 철학자 한스 요나스(1903-93)는 28년 하이데거로부
터 박사학위를 받고 학자의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중세철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던 그는 나치집권과 함께 33년 영국으로 탈출해 35년 팔레스티
나로 망명했다. 이후 49년 캐나다를 거쳐 55년 미국에 정착해 본격적인
교수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 정착후 55년부터 76년까지 비슷한 처지의 망명학자들이 중심이
된 뉴욕의 사회조사연구소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이 연구소에 오기전까지
만 해도 그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중심으로 한 중세철학의 문제를 파고들던
전형적인 강단철학자였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미국 지부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연구소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 순수철학보다는 현실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76세가 되던 79년 '책임의 원칙'이라는 대작을 내놓음으써 환경윤리
학혹은 생태철학이라 불리는 새 장을 열었다. 이 책에서 요나스는 "인간
의 자유가 기술을 통해 실현가능하고 기술에 의한 환경파괴는 불가피하다
는 근대적사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결국 지구는 인간에게 보복할 것"이
라고 주장했다. 자연, 환경, 지구의 권리가 인간과 동등함을 선언한 것이
다.
그리고 이 분야를 더욱 밀고나가 85년에는 '기술 의료 윤리'라는 저작
을 출간했다. 요나스 환경윤리학의 양대 저작은 이처럼 고희를 훨씬 넘기
고서 이뤄진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그의 사상의 핵심은 인간의
책임범위를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으로까지 확장한데 있다.
그에게는 이렇다할 제자가 없는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도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79년 '책임의 원칙'을 독일어로 낸 것
도 그런 맥락에서다. 93년 미국 뉴 로셀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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