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총장 정사 비디오로 정치공방 가열…옐친 사생활 비난까지 ##.
♧ 지난 3월 18일 새벽 러시아 국영 RTR방송은 '유리 스쿠라토프(46)
검찰총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콜걸로 보이는 두 명의 아가씨와 정사
를 벌이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른바 '몰래 카메라' 비디오 테이프의
몇 장면이었다. 이 사건은 곧 러시아 정가를 강타했다. 장본인인 스쿠
라토프 검찰총장이 러시아 정치 소용돌이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와중
에 벌어진 사건이라, 그 파장은 더욱 컸다. 바로 하루 전날 연방회의
(상원)가 옐친대통령의 스쿠라토프 검찰총장 해임안 인준을 거부했던
것이다.
헌법상 러시아 검찰총장 임명 및 해임은 상원의 인준을 받게 돼 있
으나, 최근까지는 대통령안이 거의 자동적으로 통과되는 것이 관례였
다. 그런데 무려 반대 142대 찬성 6이란 압도적 표차로 부결된 것이었
다. 스쿠라토프는 옐친 대통령 막내딸 타티야나 디야첸코와 그 주변 인
물들에 대한 비리조사 문제로 옐친 대통령의 미움을 받고 있었던 것으
로 알려져 있었으며, 이에 지난 2월 2일 옐친 대통령이 스쿠라토프 해
임안에 서명했다. 초기만 하더라도 스쿠라토프 총장은 사표를 제출하는
등 해임안에 순순히 응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3월 중순 들어 돌변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 이때 이미 몰래 카메라 음란 비디오로 협박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러시아 언론을 통해 흘러 나왔었다. 바로 이런
와중에 국영 TV가 '몰카'를 화면에 내보낸 것이다.
이 사건은 곧바로 전세계 언론을 탔다. 그러나 나토의 유고 공습이
시작, 국제뉴스의 관심이 코소보 쪽으로 집중되면서, 이 사건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4월 2일 옐친 대통령은 또 다시 스쿠라토프 해임안을 상원에 제출했
다. 그리고 스쿠라토프 검찰총장을 직무정지시키고, 유리 차이카 검찰
차장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옐친 대통령은 "부도덕한 자가 법을 다
루는 검찰총장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상원의원들에게 "이성적
판단"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 러시아 신문은 "상원의원들은 스쿠라
토프에게 동지애를 느끼고 있다"며, 현 러시아 정치인들의 성도덕 무감
증을 비꼬기도 했다.
사실 '스쿠라토프 비슷한 사람?'이라 명명된 이 흑백 비디오 테이프
를 구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적판 컴퓨터 프로그램 및 각종
무단복제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판매로 유명한 모스크바 '필리 공원
전자시장' 등에 나가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초기에는 200루블(약 8달
러)에 거래됐는데, 단속이 시작된 이후에는 300루블(약 12달러)에 거래
되고있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몰래 카메라 치고는 화질 상태가 매우 좋
다. 음성도 뚜렷하게 들린다. '스쿠라토프 비슷한 사람'은 다소 부끄러
워 하면서도, "모이카처럼해 줘" 등의 주문을 한다. 이에 금발과 흑발
(본인을 크림지역 타타르계라고 밝힘) 미인이 오럴섹스로 봉사한다.한
마디로 X등급 3류 포르노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테이프였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제일 먼저 제기된 것은 이 몰카 비디오의 주인
공이 정말 스쿠라토프 총장이었는가라는 문제였다. 한때 조작설이 나돌
기도 했다.
그러나 스쿠라토프 본인이 "사생활 침해"라고만 할 뿐 '조작설'을
제기하지 않는 점 등으로 미루어, 이 테이프의 주인공이 스쿠라토프인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연방
보안국(FSB)국장도 "스쿠라토프임이 분명하다"고 확인해 주었다. 현재
스쿠라토프는 RTR방송을 "사생활 침해"로 고소한 상태이다.
현재 러시아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스쿠라토프는 정치음모의 희생자
로 동정하고 있다. 크렘린궁 비리를 캐다가 당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몰카 비디오를 제작, 유포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옐친 막내딸 타티
야나디야첸코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독립국가연합(CIS) 사무총장 진영
을 "비도덕적이고 유치한 집단"으로 몰고 있다. "그럼 너희는 '그 문제'
에서 자유롭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알렉산드르 코르자코프
전 옐친 대통령경호실장은 3월 23일자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지와의 다
음과 같은 내용으로 인터뷰했다.
"나에게 자주 묻곤 해요. 웨이트리스들이 보리스 니콜라예비치(옐친)
를 접대하다가, 왜 웨이터들로 바꿨는지...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간호
사들을 남자로 제때 교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불쌍한 여인들..."
(코르자코프).
-아, 정말 왜 웨이트리스를 웨이터로 바꿨나요?(기자).
"어쨌든 남자들만의 문제가 있잖아요. 사실 가정문제를 들춰내고 싶
지 않아요. 만약 스쿠라토프를 그냥 안 내버려두면, 나도 그때에는 모
든 것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약속하겠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여비서
들이 루주가 귀까지 묻은 상태에서 어떻게 뛰쳐 나오곤 했는가. 그리고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우리가 아파트를 사줬는가…(중략)…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과거의 일입니다. 오늘날의 대통령은 이미 그럴 수 없어요…
(중략)… 옐친도 그의 이미지 담당 고문(막내딸 디야첸코)도 스쿠라토
프를 심판할 도덕적 권리가 없습니다.".
-타티야나 디야첸코도 정조를 지키지 않는단 말인가요?.
"나이나 이시포브나(옐친 부인)에게 물어 보시죠. 그녀가 잘 알터이
니…".
물론 "창녀와 비정상적 섹스를 즐기는 이런 부도덕한 자가 어떻게
검찰총장이 될 수 있느냐"는 보수층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도 자체는 사생활"이란 것이 현지의 대세적 여론이다. 스쿠라토프
부인 이외에는 그 누구도 이 문제를 가지고 스쿠라토프를 비난할 수 없
다는것이 여론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쿠라토프 반대파들은 기존의 '성도덕 문란 문제'에서 '화대
뇌물 문제'로 이번 사건의 구도를 전환시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애인
이나 여자친구와의 관계라면 사생활이라고 치더라도, 비디오 테이프에
나타난 대화내용과 정황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관계한 두 아가씨는 창녀
임에 틀림없는데, 그럼 누가 화대를 치뤘느냐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
람이 냈다면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비디오가 찍힌
장소가 모스크바 중심가 엘로라도란 고급 음식점이 입주해 있는 볼샤야
폴랸카 3/9번지 건물의한 은행가 소유의 '성 유흥용 안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같은 공세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더우기 스쿠라토프가
이 안가에서 97년봄부터 98년초까지 매주 1·2회씩 섹스파티를 벌여왔
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 증언에 따르면 모두 25명의 창녀
가 동원됐으며, 10만달러 정도가 소요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바로
이 안가에서 놀아(?)나다가 몰래 카메라 화면에 담긴 유명 정치인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차라리 우리 대통령도 클린턴처럼 바람을 피울 수 있는 건강한 대
통령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치만 잘하면 바람따위가 뭐 문제예요?
그런 멋진 정치인이라면 저도 연애하고 싶어요" 스스로를 언론학 전공
2학년이라고 밝힌 한 여대생은 러시아 TV에 출현,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