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푸른마을 아파트 단지는 최근 엘리
베이터의 디지털 계기판 65개를 새로 갈았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돈
을 내지 않았다.
동대표회의 이성숙(여·44) 총무와 이동숙(여·43)환경이사가 넉
달간 엘리베이터 보수업체와 싸운 덕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부수업체의 허위 부품 교체 사실을 적발해낸 주부 이동숙
97년 7월 이아파트 엘리베이터 유지보수를 맡고 있던 N사측은 엘
리베이터 계기판 138개를 갈아야 한다며 목록을 뽑아왔다. N사측은
일주일후"부품 교체를 모두 끝냈다"고 통보했다. 계기판 하나에 2만
3000원씩. 317만4000원이 다음달 관리비의 수선유지비 항목으로 입
주자들에게 청구됐다.
98년 8월 새로 들어선 아파트 동대표회 집행부에 "계기판이 고장
다"는 민원이 밀려들었다.
엘리베이터 관리업체는 한달전 LG산전으로 바뀐 상태였다. 두 주
부는 1년전 교체했다는 138개 계기판을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전기업체에서 일하는 주민들의 조언을 받은 후 LG산전
직원과아파트를 돌며 드라이버로 계기판을 뜯었다. 총무 이씨는 "일
주일간 아파트 각 층을 돌며 계기판을 뜯어내느라 발이 부르텄다"고
말했다.
결국 새로 교체했다고 한 계기판 중 65개가 중고품인 것으로 확
인됐다. N사측은 "그럴리가 없다"며 발뺌했다. 두 주부는 낡은 계기
판 부품을 사진으로 찍어 들이댔다. 4개월간의 실랑이 끝에 동대표
회의는 65개 미교체 품목 값을 포함 566만8000원을 손해 배상금으로
받아냈다.
두 사람은 자녀 둘씩을 둔 평범한 주부. 이 총무는 "아파트 관리
의 허술함을 몸으로 느꼈다"며 "입주자들이 모르고 있었던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쳐가겠다"고 다짐했다.
두 주부는 청소업체와 소독업체들의 문제점도 파고들었다. 두 주
부의 덕에 이 아파트의 청소비 소독비는 다른 아파트보다 20∼30%
싼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