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게임에서는 독특한 그림을 지닌 카드에 애교있는 별칭이 붙는
다. 한쪽 눈만 그려놓은 J를 '애꾸눈 잭(One-eyed Jack)'으로 부르는
식이다. '자살 킹(Suicide King)'은 왕이 칼을 치켜들어 자기 머리를
찌르는 것처럼 겨눈 K 카드를 가리킨다.

'수어싸이드 킹'(Suicide Kings·17일 개봉)에서 에버리(헨리 토머
스)를 비롯한 다섯 대학생은 자살이라도 하듯 무모한 납치극을 벌인
다. 이 아마추어 납치범들이 가둬 놓은 인질은 마피아 두목 찰리(크리
스터퍼 워큰). 간 큰 대학생들은 그의 손가락까지 자르면서 200만달러
를 요구한다. 잡범들에게 유괴된 에버리 여동생의 몸값을 대기 위해서
다.

이 코믹 스릴러에서 유괴극은 이상하게 꼬여만 간다. 게임을 주도하
는 것은 납치범들이 아니라 인질. 냉철한 추리력과 절제력을 지닌 악
당 찰리는 거꾸로 대학생들 심리를 조종하고 이간질하면서 활로를 모
색한다. 납치범들도 마냥 어수룩하지만은 않다. 실제로 누가 누구에게
당하고 있는 것인지는 내내 모호하다.

'수어싸이드 킹'은 두 유괴사건을 병행하면서 관객에게 퍼즐을 풀
어보라 한다.

영화 화법은 다분히 타란티노스럽다. 찰리와 그 부하(데니스 리어리)
를 비롯한 인물 캐릭터, 천연덕스런 이야기 진행이 '펄프 픽션'을 빼
닮았다. 그러면서도 독특한 맛과 날 선 위트가 있다. 트릭과 결말 반
전이 무릎을 칠 정도는 못돼지만 제법 머리 싸움을 건다. '수어싸이드
킹'은 규모와 스타를 앞세운 영화는 아니어도 나름대로 재미가 짭짤하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