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지라면 대부분 일반인들은 남성용 성인잡지를 떠
올린다.

그러나 이 '플레이보이'에도 세계적 문호들이 신작을 발표한
다. 그것도 성인잡지에 걸맞는(?) 야한 소설이 아니라, 자신들이
평소에 선보여온 작품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통 문학작품들
이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푸른숲)는 1954년부터 1993년
까지 '플레이보이'에 실렸던 수백개 단편소설중 10편을 고른 단편
집이다. 수록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를
비롯,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존 업다이크 등 세계적으로 고정독
자를 확보한 작가들. 원전 '플레이보이 스토리즈'엔 45편이 실렸
는데 번역해 단행본으로 만들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빵가게 재
습격'이나 나딘 고디머의 '보수주의자' 등 35편은 제외됐다고 한
다. 단편집으로 봐도 상당히 수준높은 단편집인 셈.

가령 표제작으로 실린 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르케스의 '세
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를 보자. 어느날 20여 가구가 모여사
는 바닷가 마을에 익사한 남자의 시체가 흘러온다. 그는 소인국에
온 걸리버처럼,마을에는 그를 눕힐만한 큰 침대조차 없는 거인.마
을 여자들은 익사체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힘세고, 사내답
다고 생각한다. 반면 남자들은 자기들이 고기잡이 나갔을 때 아내
들이 그 남자 꿈을 꿀까봐 싫어한다.그러면서도 그들은 익사한 남
자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면서 온순하고, 친절한 에스테반이란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스테반에 대해서는 그밖의 어떤
설명도 없지만 사람들은 그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닻을
매달지않고 꽃으로 장식한 시체를 바다에 떠나보낸다는 줄거리.짧
지만 마르케스 특유의 신화와 환상, 리얼리즘이 숨쉬고 있다.

또 보르헤스의 '타인'은 시력이 가물가물하는 노인이 된 보르
헤스가 50년전의 자신과 만나 과거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꿈 이
야기를 다루면서 시간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삶을 담담히 털어놓
는 작품이다.

이들 소설가들의 작품이 현대인들의 다양한 삶을 다루고 있고,
'플레이보이'에 실리는 요염한 여인들의사진 역시 현대인 삶의 일
부라 하긴 해도, 여전히 우리로선 '낯선 조합'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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