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나 춤만 그룹으로 하는 게 아니다. 신세대 스타들은 개그도 그룹
으로 한다. 5인5색 청년 다섯이 뭉친 개그그룹 '삼오십오'가 대학로에
나타나 '이상한 개그'로 시선을 끌고있다. 송창규(25) 박경진(25) 최승대
(23)이상화(24) 김늘메(23)씨.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들이 중심이돼 작년
9월 뭉쳤다.

이들의 활동 공간은 TV도 라디오도 아니다. 연극무대다. 삼오십오의
데뷔무대는 엉뚱하게도 성인용 연극 '누들누드'였다. 2월5일부터 28일까
지 있었던 공연때 이들은 방송에서 할수 없는 특별한 개그들을 선보였
다. 성에 관한 판타지의 나열로 관객들 낯이 뜨거워질때면 삼오십오는 어
김없이 무대에 나타나 웃기고 노래 부르고 춤췄다. '유쾌한 성적 농담'이
라는 연극분위기를 다잡는 막간 브리지였다.

오렌지색 와인색 금색으로 물들인 머리, 헐렁한 힙합바지, 머리에 쓴
헤드 마이크. '개그맨'이 아니라 영락없는 댄스그룹이다. 차림새 만큼이
나 개그도 파격적이다. 우선 '누구나 웃을수 있는 유머나 위트'에 연연하
지 않는다. 단골레퍼터리 중 하나인 '네버 엔딩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
다. "날개옷 훔쳐 아내 맞은 나뭇군, 어느날 나무하다 도끼하나 빠뜨렸
네.산신령 물속에서 나와 금도끼냐 은도끼냐 물어, 금도끼라 했더니 꼴도
보기싫다 물속들어간 산신령, 심청이에게 네가 제일 갸륵하다 하니 옆에
있던 스님 말,또 다른 세상을 만나실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엉뚱
한 옛이야기를 뒤죽박죽 섞고 CF대사까지 집어넣는 개그를 다섯이 돌아가
며 주워섬기면 객석의 20대들은 자지러진다. '우리 첫 등장에 시선을 모
아야 한다'며 '쇼킹 개그'도 선보였다. 유리컵속 금붕어를 삼켰다 뱉어내
고, 생마늘 한주먹을 입에 넣고 씹으며 객석을 경악하게 한다. 연극 전공
자들 답게 '휴지 없는 화장실' 같은 마임도 한다. 아마추어 냄새가 완전
히 가시지 않았으나 신선한 발상들이 숨쉰다. 필요하면 반말 욕설도 서슴
지않는 이들의 개그를 보면서 나이든 어른들은 노골적으로 언짢은 눈치까
지 보인다. '누구나 다 우리를 좋아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건 삼
오십오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컬트적 개그의 방향이기도 하다. 리더 이상
화씨는 "우리 개그에 침 뱉는 어른들이 있다 해도 우리에게 환호하는 젊
은 팬들이 있는한 뭐든지 하겠다. 그게 무대의 자유 아닌가"고 했다. 하
루 18시간을 함께 먹고, 함께 다니는 이들은 앞으로 '그룹'의 장점을 살
려'다섯 대통령 성대묘사' '다섯 지방 사투리 개그'등을 준비하고 있다.
(* 김명환기자 · mhkim@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