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통기타 가수 이성원(39)이 부르는 동요 한자락이 어른들을 울린
다. 표지에 검정 고무신 한켤레 오도마니 앉은 CD 제목은 '뒷문 밖
에는 갈잎의 노래'. 낡은 풍금과 검정 고무신을 가슴 한켠에 묻고,
훌쩍 세월을 넘긴 어른들을 위한 옛동요집이다.
강원도 두메산골 추곡초등학교서 아이들과 동요를 부르는 통기타가수 이성원
춘천에서 화천으로 빠지는 46번국도는 오봉산을 만나며 크게 휘
돈다. 배후령 구비길을 빠져나와 40분남짓 더 달려 닿는 곳이 춘천
시 북산면 추곡리.
옥수수와 감자를 키우고 캐는 두메산골이다. 안개만 내려도 살풋
길이 어는 이곳 사명산 자락에 멀리 소양호를 내려다보며 추곡초등
학교가 자리잡았다. 두학년씩 3학급, 31명이 전교생이다.
가는 비 뿌리던 겨울 끝자락, 이성원과 10여명 아이들이 추곡초
등학교 교실에서 만났다. 이성원이 풍금에 손을 얹자 옹기종기 둘러
선 아이들 입에서'따오기' '섬집아기'가 빛살처럼 터져나온다. 동요
는 추억저편 빛바랜 사진첩을 빠져나와, 두메산골 교실에 살아 있었
다.
이성원 동요CD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추곡초등학교 전교생이 부
르는 '따오기' 1-2절을 첫곡과 끝곡으로 넣고, 이성원이 스튜디오서
통기타-하모니카-바이올린-플루트 반주로 노래한 '겨울나무' '엄마
야 누나야' '구두발자국' '나뭇잎배' '섬집아기' '오빠생각' '모래
성'을 담았다.
이성원의 '엄마야 누나야'가 한입두입 건너 알려지면서 '누구 노
래냐'는 문의가 방송-음반가에 빗발친다. KBS TV '열린 음악회' '국
악 한마당'은 이성원 동요를 통기타와 국악기반주로 3월 프로그램에
내기로 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성원은 경남 진해에서 고교를 마쳤다.볼
링장 핀보이, 가구-우유배달을 하면서도 통기타만은 버리지 않아,
올해로 포크가수 18년째다. 화려한 조명은 늘 그를 비켜갔다. 그 자
신 "언더중의 언더, 언더라는 의식조차 없다"고 말한다. 이성원을
좋아하는 이들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가던 길을 멈춰섰노라 말한다. 가만 들어보면 어딘가 명상적이다.평
택 새벽목장에서 이성원이 모음만의 즉흥 보칼리제로 소떼를 불러모
은 일화는 언더 그라운드에 전설로 전한다. 김영태 시인은 이성원
구음을 듣고는 '노래'라는 시를 지었다.
"음반 표지사진 찍으러 창녕쪽 낙동강을 찾았지요. 기억속 모래
톱 찾기를1시간 남짓, 겨우 찾아낸 모래톱은 포크레인에 잘려나가고
있더군요. 어릴적 그곳에 서있는 것 만으로 행복했는데….".
컴컴한 현실의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이성원은 투명한 감성의 노
래를 길어올린다. 맑디 맑은 서정은 화석처럼 흔적만 남은 어른들
동심을 적신다. 뜰에는 금모래 반짝이고, 뒷문밖 갈잎의 노래 흐르
는 그곳은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