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낌없는 성 담론 정착 위해선 성의학 서적 대중화 필요 ##.
♧ 성의학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펴내는 출판사 '성아카데미'의
설현욱(45) 사장은 의사다. 서울의대를 나와 현재 압구정동에서 성의
학 클리닉을 열고 있다.
최근 나온 '2타석 1안타'라는 제목의 책을 포함, 97년 3월 이후
발행한 총 8권의 책들은 사주 등 명리학 관련 한 권을 제외하고 모두
성 또는 성의학 관련 서적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지도교수에게 '귀국하면 꼭 당신 책을
번역하겠다'고 약속했었죠. 그런데 어떤 출판사에서도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 화가 나서 아예 출판사를 차려버린 겁니다.".
성아카데미가 처음 펴낸 책은 코넬 의대 J F 이드 교수의 '사랑
을 다시 한번(Making Love Again)' 번역본. 발기부전 치료의 약물 주
사법을 다룬 이 책은 의학용어의 적절한 번역어 선택에만 6개월을 들
였으나, 다른 출판사들이 거부했던 이유대로 '거의' 팔리지 않았다.
설 사장은 굴하지 않고 2개월 후 '성이야기'라는 책을 직접 써냈
다. "성은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행위의 하나면서 동시에 과학입니
다. 거리낌 없는 성 담론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성의학 서적의 대중
화가 필수지요.".
박재동 화백의 삽화료만 600만원을 들이고 표지도 업계의 최고 수
준에 의뢰했다. '포장'의 중요성을 출판사 '사장'으로서 깨달았기 때
문. 이어 'Joy of Sex'가 남녀의 성행위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삽화
덕분에 외설 시비에 오르면서 출판사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돈 좀 벌었겠다"고 묻자, 출판사는 부도 난 상태나 다름없고 IMF
탓에 의료기 리스료 2달치가 밀린 형편이라며 "돈벌이는 학문과 다르
다"고 웃어넘겼다. 계속 책을 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한번 태어
나서 제대로 된 책 10권을 남기고 가겠다는 다짐 때문에 그칠 수 없
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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