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학동에는 방학때마다 도시 아이들이 몰려든다. '청학서당'
이 마련하는 서당캠프를 찾는 아이들이다.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14일 밤12시)는 작년 12월20일부터 보름동안 열린 서당캠프 현장을 찾
는다.

아이들은 서당에서 먹고 자며 '사자소학'을 배운다. 오전6시30분 일
어나 밤10시까지 강행군한다. 한문지식보다 더 중요한 과목은 어른에게
절하는 법을 비롯한 예의 범절, 식사 예절, 절제를 익히는 것. 고개 숙
일 줄 모르는 아이들이 밤낮으로 절을 연습하고, 채식 밥상을 받는다.

식사중에 밥이나 반찬을 흘리고 방안을 뛰어다니던 개구장이들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밤이 되자 5학년 재영이는 집에 가겠다고 울며
보챈다. 그통에 다른 아이들까지 덩달아 울기 시작해 방안은 금새 울음
바다가 된다.

청학동에는 체벌이 '합법적'으로 살아있다. 학습태도나 생활예절이
나쁘면 훈장 선생님께 회초리로 종아리 2∼3대쯤은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TV는 아예 없고 군것질과 전화는 사흘에 한차례, 정해놓은 시간
에만 허용한다.

자기 옷도 자기가 빨아서 입는다. 카메라는 고된 훈련을 거쳐 조금
씩 깨달아가는 아이들을 담아낸다.

천방지축이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규율과 질서를 만들
어냈다. 중학 2년생 희재는 아이들에게 일을 분담시키고, 초등학교 1학
년 민지를 씻기고 빨래까지 해준다. 첫날부터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던
재영이도 의젓하게 캠프생활에 적응한다. 마지막날, 아이들은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린다. 제작을 맡은 독립프로덕션 리스프로 강
동길 PD는 "연약하게 보이던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챙기면서 독립
적 존재로 커나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