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감 나는 특수효과…3차원 애니메이션의 새 장 연 수작 ##.
♧ 컴퓨터가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내막을 알고 보면 3차
원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란 무모한 수작업이다. 모든 모델의 수
치계산을 해서 입력해 놓기위해 엄청나게 많은 전문 인력이 오랜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모형을 일일이 손으로 옮기는 클레이 애
니메이션이나 프레임 단위로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는 셀 애니메
이션도 수작업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3차원 애니메이션이 더욱
어려운 것은 손으로도 해결 못하는 컴퓨터 용량의 문제까지 있기
때문이다.
95년 최초의 3차원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본 관객
들은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놀랐다. 셀 애니메이션의
따스함과 달리 3차원 애니메이션은 디지털의 차가운 느낌을 지울
수 없을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차갑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디
즈니의 이번 주인공들은 사람이 아니라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장
난감의 관절이 사람만큼 유연하지 않다고 해서 하나도 이상할 것
이 없으며 얼굴 표정이 없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움직임을 최소화한 경제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플롯이 이
영화의 성공요인이라는 것을 '애니메이션의 제왕' 제프리 카젠버
그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회생시킨 디즈니사에서 물러나 스필버그와 새 영화사
(드림웍스)를 차린 제작자 카젠버그는 우선 잘 다듬은 디즈니의
'칼날'부터 빌렸다. 이 야심찬 제작자의 첫 애니메이션은 그래서
사람이 나오지 않는 '개미'(Antz·11월7일 개봉)가 됐다. 83분.
뒤통수를 칠 '칼등'도 빌렸다. 장난감에 톰 행크스의 목소리
를 입혀 스타없는 영화의 약점을 극복한 '토이 스토리'의 지혜를
수렴해 아예 캐릭터 설정 때부터 철저히 특정 배우를 묘사했다.
주인공 개미들의 생김새뿐 아니라 표정과 행동거지에서 스타
의 전형성을 발견하는 것은 '개미'의 재미를 한층 더해 준다. 그
럼 디즈니와 다른 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로 일깨운 저 '개미'의 페로몬은 아
이들이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메시지이며 곤충의 눈으로 본 우주
는 인간의 상식을 뒤집어본 새로운 세상이다. 요컨대 '개미'는
상식의 세상에서 살아온 어른들이 타깃이라는 점에서 '동화의 나
라' 디즈니의 역사와 대치된다. 자아에 대해 고민하던 지식인 개
미 한 마리가 신분 제도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개미 집단을 혁명
으로 이끈다는 내용은 자아와 개인주의에 관한 성숙한 관찰이다.
그렇지만 '개미'는 보는 동안 그게 어른스러운 주제인지 깨닫
지도 못할 만큼 힘찬 스케일과 아기자기한 플롯으로 흥미를 유발
한다. 아이들은 신발 바닥 껌에 붙어 사람이 걸을 때마다 죽을
고비를 넘기는 개미들을 보며 '인디아나 존스'처럼 소리를 지를
것이고, 어른들은 '펄프 픽션'의 가위춤을 추는 개미들의 모습에
폭소를 터트릴 것이다.
일개미 Z역의 우디 앨런, 그와 신분을 초월해 사랑에 빠지는
공주개미 샤론 스톤, Z의 친구인 전투개미 실베스터 스탤론, 전
투개미의 독재 체제를 꿈꾸는 장군 진 해크먼, 그의 부하 크리스
토퍼 워큰, 여왕개미 앤 밴크로프트를 비롯, 쟁쟁한 스타들의 더
빙은 실사영화에서 보아온 그들의 독특한 개성을 그대로 살려 친
숙함을 준다. 이만 하면 어느 성인용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진용
이다.
특수 효과도 더욱 발전해서 수만 마리의 개미가 제각각 다른
동작으로 움직이는 장면이나 물을 묘사하는 장면은 실사 합성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박스 오피스도 강타했으니 카젠버그의 어른용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에 크게 한방 먹인 셈이다.
하지만 우디 앨런의 고뇌에 찬 유머가 없었다면 '개미'는 깔
끔한 오락 영화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소파에 누워 정신과 의
사와 상담하는 일개미 Z는 영화 첫 장면에서 특유의 더듬거리는
대사로 영화 전체의 의미와 즐거움을 요약해준다.
"잘 아시겠지만 우, 우리 어머니는 내게 관심이 없었어요. 자,
잘 아시겠지만 당신도 대가족의 중간 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
것도 5백만 마리 중에 말이죠. 그러니 무슨 관심을 받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