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도변 이동섹스숍에서 사이버 포르노까지 곳곳 우후죽순 ##.
포르노 문화는 흔히 '사회의 하수구'로 불려왔다. 억압당하고 숨겨
져온 인간의 원시 본능을 처리하는 하나의 사회적 장치라는 점에서였
다. 이같은 포르노 문화와 정상적인 사회 영역 간에는 그동안 각종 규
제의 장벽이 차단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장벽은 급속히 깨지기 시작하고 있다. 포르노
문화는 더 이상 변방에 파묻혀 있지 않고 급속히 경계를 넘어서고 있
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더이상 단속만으로 포르노를 규제할 수 없게 된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포르노 정책이 '선별 수용' 쪽으로 부분적인
방향 선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 문화의 영토는 넓어졌고 일
반 시민들이 포르노를 접하기 위해 넘어야할 장벽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 청량리 사창가 주변, 청계천 황학동 인근 등
서울의 3대 포르노상 밀집 지대만 해도 그렇다.
서울 시내 변두리 지하철역, 중·고등학교 밀집지대, 전자상가 주
변 등지에는 은밀히 포르노가 거래되는 가게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
다. 이 때문에 이들 포르노상 밀집 지대는 더 이상 예전같은 종주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지역, 어디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을 정
도로 포르노 출몰 지역이 전방위화한 것도 90년대 중반 포르노 문화의
한 특징"이라고 한 검찰 수사관계자는 밝혔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IMF 이후 직장에서 쫓겨난 실업자들이 포르
노 산업으로 급속히 유입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말 경기 시흥시 신청동에 있는 한 산업도로 변. 10대 후반
의 남모군은 아침 일찍부터 미리 점찍어둔 갓길에 1톤 트럭을 세웠다.
더블 캡 트럭 뒷편에는 '성인 비디오 4개 1만원'이라는 종이 간판을
통행차량들의 눈에 쉽게 띄도록 내다붙였다.
차량의 짐칸에는 왠만한 비디오가게에서도 볼 수 있는 성인 비디오
물이 진열돼있지만 물론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단속에 대비해 인근
풀숲에 은밀히 숨겨놓은 포르노 비디오가 주종목이다. 남군의 주고객
은 한가한 낮시간 길을 오가는 승용차, 화물차 운전자들. 4개월여동안
개당 1만5천∼2만원인 외국산 포르노를 하루 평균 7∼8개 정도씩 팔았
다고 한다.
● '몰래 카메라' 비디오 7-8만원
'빨간 마후라' 사건 이후에는 몰래 카메라류가 인기 절정을 구가하
고 있다. 'XX여대' 화장실, 결혼식장, 목욕탕, 여관 등지의 정사 장면
이나 여자 나체를 몰래 촬영한 이런 비디오는 가격이 7만∼8만원 정도
로 훌쩍 뛴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남군은 하루에 보통 10만∼15만원
선의 수입을 거뒀다.
남군처럼 '움직이는 포르노 상점'은 비단 수도권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대도시 주변 국도변에서도 수
시로 이런 이동 섹스숍들이 출몰하고 있다. 제품도 비디오테이프 일색
에서 CD롬, 포르노만화, 성기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단속도
피할겸, 소비자들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움직이는 섹스숍' 역할을 하
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이동 섹스숍에는 IMF 실업자들이 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검찰에 구속된 포르노 비디오 판매상 이모씨(34)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씨는 97년10월까지만 해도 경남 김해시에서 'XX아구찜'이라는 식
당을 운영해 온 자영업자였다. 하지만 IMF로 가게문을 닫을 수밖에 없
었고 "국도변에서 기사들을 상대로 테이프를 판매하면 수월하게 돈을
벌 수있다"는 주변의 말에 포르노 판매상이 됐다고 한다.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이씨는 포르노 판매상에서 중개상, 제조
책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더블캡 1톤 차량을 한대 마련해 부산 인근 김해∼진영간
국도상으로 나섰다. 물건 공급이 달릴 정도로 잘 팔렸다고 한다. 일에
익숙해지면서 새로 이 업종에 진출하는 친구에게 물건 공급책을 소개
하기도 했고 직접 비디오 기기를 이용해 물건을 복제하기도 했다.
부산지검 조사에 따르면 보통 일선 판매상들이 중간공급상으로부터
받는 가격은 포르노 비디오 개당 3천∼5천원. 보통 1백개 들이 1박스
단위로 거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비디오가 현장에서는 1만5천∼5
만원에 팔려나간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몰래 비디오류는 화질이 떨어져도 보통 7만∼
8만원선. 화질이 좋은 비디오는 20만∼30만원, 레이저디스크(LD)는 70
만∼80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부산지검 형사1부 유두열
검사는 "올해 1월부터 단속에서 붙잡힌 판매상 중 절반은 초범으로 대
부분 IMF로 인해 실업자가 된 사람들"이라면서 "전과가 있는 상습범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물론 포르노가 비디오류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첩,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포르노도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들어 청계천 등지에서 주로 팔리는 포르노 출판물은 PC통신,
인터넷등에 게재됐던 소설 들을 인쇄한 것이라고 한다. 문고본 규격에
표지에는 '돌고래'의 영어말인 'DOLPHIN'등을 적어놓아 마치 영어책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소설의 주 수요층이 청소년인 탓이다.
● 청소년 포르노 소설엔 동성연애도 묘사
최근 들어 두드러진 양상은 동성연애 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의 민갑식 심의 1부장은 "그동안 다양한 주
제의 포르노물이 나왔지만 동성연애는 거의 없었던 양상"이라고 말했
다.
하지만 이런 현실의 양상보다 포르노의 전파 속도나 접촉 면적이
훨씬 넓은 곳은 사이버 공간이다. '수조 바이트' 이상의 포르노물이
초속으로 전혀 장애물 없이 전세계로 전파돼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 포르노, 수간, 근친상간 등 미국에서조차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포르노물들이 인터넷이라는 치외법권 지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국
내에 유입되고 있다. 이런 자료는 CD롬에 담겨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이미 2∼3년전부터 보편화된 이런 CD 거래는 최근 들어서 더욱 그
위세가 커지고 있어 전래의 포르노 거래상들을 압박할 정도라고 한다.
포르노테이프 판매상들 사이에 "사이버 공간의 포르노 CD 덤핑 거래
때문에 최근 5년 동안 포르노 테이프 가격이 보합세이거나 오히려 하
락하는 실정"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정도라는 것.
컴퓨터에 CD롬 복제가 가능한 기기만 갖추면 누구나 포르노 장사꾼
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도 부쩍 달라진 환경이다. 중고등학생, 주부,
교사 등 다양한 계층이 이런 거래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포르노 옹호론이 급속도로 확산되
고 있다.
올해초부터는 국내 인터넷 상용화 3년만에 공개적인 국산 포르노
홈페이지가 등장했고 '야설'이라는 이름의 포르노 소설도 들불처럼 번
지고 있다.
검·경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 5월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이
들 포르노 사이트 제작자들을 대부분 검거했지만, 이를 비웃듯 1달도
안돼 포르노 페이지들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홈페이지의 근거지를
아예 단속이 불가능한 미국으로 옮겨 공권력을 '닭 쫓던 개' 격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이들은 단속에 나서는 공권력을 정면으로 조롱하기도 한다. 단속이
한창이던 지난 6월초 등장한 '정보통신 비윤리위원회' 사이트(members.
xoom.com/youryour). 해외의 공짜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에 자리를
잡은 이 사이트는 말 그대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패러디한 곳이다.
● 네티즌들 단속 공권력에 저항도
이들이 이 홈페이지를 통해 주장하는 것은 "성인들이 포르노를 즐
길 권리를 달라"는 것. "결국 국내 홈페이지를 규제하더라도 외국 인
터넷 사이트에서 얼마든지 포르노를 즐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현실
적인 주장도 펴고 있다. 이들에게 공권력의 단속은 '야만적인 검열'이
며 그 때문에 대대적인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포르노에 관한한 과거처럼 '단속-잠복-단속'이라는 구도
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부 신경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이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포르노 허용론'을 조심스럽게 펴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김정일씨(40)는 "포르노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원시 본능
을 충족하는 순간 그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을 갖고 있
다"면서 "오히려 개방을 통해 포르노를 양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포르노에 대해서는 규제론이 압도적이다. '포르노=
마약'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올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 일
각에서는 포르노 극장 허용 움직임 등이 일고 있긴 하지만, 여론의 비
판이 워낙 따가운 탓에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단속 위
주의 대증 처방에 급급한 상황이다.
지난 5월 김종필 총리서리가 음란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지시
한 것도 그렇고, 대법원도 최근 한 판결에서 "나라마다 음란이란 개념
자체가 상대적이고 유동적"이라는 이유로 중남미 에로티시즘 문학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소설 '아마티스타'에 대해 음란물 판정을 내린
것도 포르노에 대해 쉽게 관용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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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개방 정책
성 개방 성패 사회마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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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년대 성해방의 중심지였던 덴마크. 한때 프리 섹스와 포르노
천국이었던 덴마크는 요즘 포르노 산업이 쇠퇴하면서 젊은 세대가 가
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덴마크는 69년 포르노를 합법화했으며, 같은 해 세계 최초로 국제
섹스박람회를 개최한 섹스산업 수출국. 그로부터 20년 뒤인 89년에는
세계최초로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바뀌었다. 75년에 75개에 이르렀던 수도 코
펜하겐의 X등급 영화 상영관이 92년 마지막 극장이 간판을 내리면서
명맥이 끊길 정도이다.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도 변했다. 한 세대 전 덴마크 지식인들은 자
유로운 성관계를 옹호했지만, 이제는 거의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90년대 덴마크 젊은이들은 그들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예로, 92년 교회에서 올린 결혼식은 10년 전에 비
해 26%나 늘었다.
코펜하겐에서 에로틱박물관을 운영하는 카리나 바흐너씨는 "섹스박
람회가 처음 열리던 30년 전, 덴마크 사람들은 누구나 포르노를 원했
지만 마음껏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누구나 포르노를 구할 수 있
게 되면서 흥미는 감소했다"고 말했다. 결국, 적절한 성 개방 정책이
사람들의 막혀 있던 말초 욕구를 풀어주면서 장기간에 걸쳐 건전한 성
문화를 가져온 것이다.
반면, 일본은 포르노 개방이 실패로 돌아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다. 어린이 포르노의 천국에 원조 교제 등 각종 사회적 병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아동인권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을 인터넷
어린이 포르노의 가장 큰 공급원으로 꼽고 있어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