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소매치기의 칼에 쓰러지는 것을 본 청년이 소매치기를 잡으
려다 자신도 범인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10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중구 충무로2가 명동상가 앞길에서 소매
치기들과 격투를 벌이던 경찰관이 칼에 찔려 쓰러지자, 인근 액세서리가
게 종업원 이근석씨(24·서울 동작구 상도동)가 범인들과 맞서다 배를 찔
렸다.
이씨는 곧바로 인근 백병원으로 옮겨져 복부 봉합수술을 받았으나
출혈이 심해 오후 10시40분쯤 숨졌다.
이씨는 이날 저녁 가게 일을 보다 서울경찰청 도범계 치기2반 서정
표(38)경사 등 사복경찰관 3명이 30대 소매치기 일당 3명을 추격하는 것
을 발견했다.
소매치기들은 현금 15만원이 들어있던 이모씨(52·여·미용업)의
지갑을훔쳐 달아나고 있었다.
서경사 등은 범인들을 가로막았고 격투가 벌어졌다.
서경사는 범인이 휘두른 회칼에 한차례 찔려 그자리에 쓰러졌다.
소매치기들이 달아나려 하자 이씨가 나섰다.
이씨가 칼을 든 범인의 어깨를 뒤쪽에서 낚아챈 순간, 범인이 한바
퀴 돌며 이씨의 배를 찔렀다.
서울 중대부고를 나온 이씨는 미혼으로, 3년전부터 가게에서 일해
왔다.
중학교때 유도를 한 이씨는 키 1백77㎝, 몸무게 1백10㎏의 육중한
체구에 유달리 의협심이 강했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이씨의 가게 동료는 『이씨가 평소 성실하게 일했고 손님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왔다』며 『특히 길가다 싸움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말
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칼에 찔려 병원으로 실려가면서도 『부모님이 걱정하실테니
집에 연락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 정권현-박아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