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장 혼세 <7> +++++.

세개째의 월동문을 지나 한 대전 지붕 위에 내려섰을 때 화운악은 두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들은 장원의 수비무사들로 지붕 위 그늘진 곳에 매복하고 있다 누
군가에게 당한 것이었다. 그들은 엎어져 있었는데 뇌수가 터져 있었다.

화운악은 가슴이 섬뜩했다. 그는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인기척을
발견할 수 없자 다시 신형을 날려 한 개의 지붕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그지붕 위에서 다시 십여 구가 넘는 시체들을 발견했다.

시체들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손목에는 검은 색의 팔찌를
차고 있었다.

「이들은 흑환문의 무사들이다. 대체 누가 죽였을까?」.

시체들은 단 일격에 당한 듯 두개골이 석류 터지듯 갈라져 있었다.
그로 인해 흘러내린 피와 뇌수가 기와를 온통 적셔놓고 있었다.

다시 한 개의 건물 지붕을 뛰어넘자 이번에는 더 많은 시체들이 널
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 역시 한결같이 두개골이 으깨어져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놀라운 무공을 지닌 자다. 단숨에 대량살인을 저
지르다니….」.

화운악은 마음이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그보다 한 발 앞서
지나갔을 뿐더러 공교롭게도 진행방향마저 똑같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이제는 가깝게 보이고 있는 한 채의 전각을 바라보았다.

「저 곳이 청화각이군.」.

그는 심호흡을 한 후 신형을 날렸다. 잠시 후 그는 청화각 앞에 내
려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도 제지하는 자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내전
으로 들어섰다.

내전의 한쪽에 계단이 있었다. 화운악은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동안각층마다 무사들이 죽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똑같이
두개골이 갈라져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이들을 죽인 자의 목표도 포굉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십 명의 경비무사들을 일격에 참살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화운악은 마지막 구층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 곳에도 역
시 두 명의 중년무사가 뇌수가 터진 채 엎어져 있었고, 계단에는 시뻘
건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층에 오르자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에는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는
데 맨안쪽의 한 방문으로부터 불빛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소
리없이 접근한 후 안쪽의 동정을 살폈다. 마침 방문이 약간 열려있어
안쪽을 살필 수 있었다.

방안에는 두 개의 태사의가 마주보는 방향으로 놓여 있었는데 그 중
한 의자에 화복 차림인 오십 가량의 중노가 앉아 있었다. 그자는 머리
에 관을 썼으며, 두 개의 가느다란 콧수염과 검은 턱수염을 기르고 있
었다. 그를 보는 순간 화운악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포굉이다.」.

과거 포굉을 본 적이 있었다. 정성껏 기른 세 가닥의 수염이 인상에
남아 있었다. 포굉의 맞은편에는 봉황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의상을 입
은 여인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