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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매달 우리의 「편견」을 전해드립니다.』.

좋아하는 영화부터 자주찾는 여행지까지 온갖 문화적 「편견」으로 똘
똘 뭉친 방송작가, 디자이너, 시인, 사진기자 등 12명이 1년전부터 만들
어온 문화잡지 「페이퍼(Paper)」가 화제다. 언더그라운드 가수와의 허심
탄회한 인터뷰부터 어느 순간 탄성이 나오는 짧은 만화까지 독특한 기사,
깔끔한 편집의 「페이퍼」. 매월말 내 카페 등에 5만부 정도 무료배
포되면 이틀내 동나고 마는 인기다.

『편견으로 고른 영화, 편견으로 고른 책 등 온갖 못된 제목(?)들로
글을 써도 독자들이 즐겁게 읽으시더라구요. 고집쟁이 친구 일기장을 몰
래 열어보는 느낌이라는 반응이죠. 광고까지 우리 스타일에 맞게 제작하
는 철저한 우리식 책만들기를 고집하는게 인기비결인 것 같아요.』 창간
시절부터 일해온 조정현기자(26)의 자평이다.

80여 페이지 분량의 그리 두껍지 않은 「페이퍼」를 만드는 방식도 독
특하다. 12명의 인력중 상근기자는 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7명은 각자의
직업을가지면서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게릴라식」이다. 월말쯤 책이 나
오면 직접 들고 배포처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들의 몫.

방송작가이자 「페이퍼」 편집위원인 김유평씨(28)는 『무가지다 보니 판
매고 홍보고 신경쓰지 않아도 전량소비되는 게 장점이죠. 형편없는 내용
이었다면 몇달만에 끝났겠지만 좋은 글과 사진으로 성의를 다하니 이제
는 페이퍼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매니아도 생겨났다』고 말한다.

영화배우 씨 인터뷰기사를 실었다가 최씨의 어머니가 열성독자
가 됐고 씨 역시 「페이퍼」에 후원금을 보내주게 됐단다.

이정도 주위의 관심과 탄탄한 실력이라면 유가지로 돌리는 욕심을 내
볼만도 할테지만 「페이퍼」는 시큰둥 할뿐이다.

『바쁜 도시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생각하는 여유와 작은 기쁨을
주는게 우리의 목적이죠. 공짜로 그걸 줄 수 있다면 기쁨이 두배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