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화가 났을 때 『속이 뒤집힌다』는 말을 가끔 한다. 이 말은 전
혀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 의사들은 『실제로 태어날
때부터 속이 뒤집힌 「내장 역위증」(Situs Inversus)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몸의 장기 전부 혹은 일부가 정상인과 다르
게 좌우대칭으로 바뀐 사람들. 흉부-복부의 좌우대칭이 바뀌면 오른
쪽에 있어야 할 간이 왼쪽에, 왼쪽에 있어야 할 위장-비장이 오른쪽에
위치하며 심장-대장도 좌우가 바뀐다.
삼성의료원 일반외과 전호경박사는 『흉부-복부가 모두 좌우로 바뀐
사람은 7천∼8천명당 1명, 흉부만 바뀐사람은 2만9천명당 1명꼴로 나타
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태생기에 발생하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박사는 『태생기 3∼4주째의 매우 이른
시기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수가 많다. 흉부만 뒤바뀐 사람은 95%
이상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동반하고, 흉부-복부가 함께 바뀐 사람은
5%만이 심장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흉부-복부가 모두 뒤
바뀐 사람의 15∼25%는 축농증이나 기관지확장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
려졌다. 그러나, 다른 선천성 기형을 동반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또다른 정상」이라는 게 지금까지 의학계의 결론.
그러나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거나 수술시 드물게 오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흔히 맹장이라고 불리는 충수돌기가 왼쪽 하
복부에 위치하므로 이들 환자는 맹장염진단시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오
진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밖에 담낭염도 마찬가지.
따라서 전박사는 『환자 본인이 평소 이같은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는 의사가 신경만 쓰면 가슴 X-ray촬영만
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술전 X-ray 촬영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