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지도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만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면서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정(黨政)이 애초 ‘선별 지원’ 취지와 맞지 않게 ‘선심성 정책’을 내놓았다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문(親文) 핵심 김경수 경남지사는 12일 페이스북에서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들어가는 예산 9000억원으로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야당에서 (통신비 지원을) 이렇게 반대하고, 국민들 일부에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있다면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사실상 ‘통신비 2만원 일괄 지급’ 방안에 반대하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13일 이에 대해 “상당히 진일보한 제안”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앞서 당정의 13세 이상 통신비 일괄 지급 방안에 대해 “부족하지만 안 받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지지했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안 의원은 “(통신비 지원이) 일회성으로 이동통신 회사의 지갑으로 들어가 버린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는 비판”이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열린민주당의 주진형 최고위원도 “통과되든 안 되든, 정부에 대한 반감과 냉소만 키우고, 후세 사람들은 두고두고 조롱할 것”이라며 “전화 사용료 지원에 대한 비판은 정부가 빨리 수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주자고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10일 라디오에서 통신비 지원에 대해 “영세 자영업자나 동네 골목의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아쉽다”고 했다.

정부·여당의 13세 이상 통신비 일괄 지급 방침은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반발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성격이 있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제안해 결정됐다. 그러나 1차 때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이 지급됐던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소액인 데다, 국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에 사후 보전해주는 식이라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13일 예정에 없던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통신비 문제는 이미 당정 간 합의해 결론이 난 사항”이라며 간담회에서 통신비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통신비 2만원 지급 방침을 사실상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참석자는 “이미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말을 보태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당정 합의 사항을 뒤집는 게 부담스러운 데다, 국회 예결위 심사에서 야당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 본격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실제로 4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처리 과정에서 통신비 지급 예산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잖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경안을 강행 처리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3차 추경과 임대차 3법도 일방 처리했는데 4차 추경까지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야당과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추경안 조속 처리에 찬성하면서도 “쓰자마자 바로 증발해버리는 통신비 지원 대신 전국민 독감 백신 접종이나 대학생 장학금을 지원하자”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애초 선별 지원하려던 것을 여론 눈치를 보느라 통신비 지급 대상을 늘렸다가 스텝이 꼬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