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횡령·배임 등 8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사퇴할 뜻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윤 의원은 전날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자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고 일체의 당원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면서도 “법정에서 결백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엔 페이스북에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동영상을 올리며 “평화인권운동가로서 할머니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에 의해 ‘치매’로 부정당했다. 벗들과 함께 할머니의 삶을 기억하고 싶어 올린다”고 했다. 검찰이 길 할머니가 중증 치매 상태인 것을 이용했다며 윤 의원에게 준(準)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비판이 커지자 윤 의원은 글을 삭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성금 유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쓴 채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의원이 이끌었던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검찰 수사 결과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14일엔 아무 입장을 내지 않았다가 하루가 지나 적극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정의연은 “윤 의원은 일생을 위안부 문제 해결에 헌신하며 법령과 단체 내부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활동했다”며 “검찰이 억지, 끼워 맞추기 식 기소를 감행한 것”이라고 했다.

정의연은 검찰이 정의연의 부실·허위 공시 등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다”고 불기소 처분하자 “이로써 이른바 ‘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실·허위 공시를 처벌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정의연은 “언론이 정의연을 매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최근 추미애 법무 장관 의혹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 논란, 김홍걸 의원의 재산 축소 의혹에 이어 윤 의원까지 기소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 입장은) 곧 나올 것”이라며 “내일(16일) 최고위 회의가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결정하겠다)”라고만 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당헌에 따라 윤 의원 당직을 정지하고, 추후 조치는 최고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윤 의원에 대해 “황당하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당 지지자도 “더 이상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말라”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스스로 ‘결백’을 너무 강하게 주장해 이해찬 전 대표 등도 윤 의원을 믿고 힘을 실어주지 않았느냐”며 “윤 의원이 당을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 넣은 것에 부글부글해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윤 의원은 30년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는데, 바로 그 경력에서 치명적 범죄 혐의들이 제기됐다”며 “재판에서 조금이라도 혐의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순리대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이 스스로 먼저 당원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당 차원에서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징계 처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권 정지는 제명 다음으로 수위 높은 징계”라며 “법원 판결도 안 나온 상황에서 윤리심판원에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아 이 대표도 많이 난감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윤 의원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윤 의원의 헌신적 삶에 예의를 갖추라”고 큰소리쳤던 민주당 인사들은 이날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윤 의원과 관련한 공식 언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