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 부인은 폴을 기다렸다. 그녀의 삶은 이제 그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밖의 인생은 그녀에게 의미가 없었다. 그가 어디로 가든지 그녀는 자기의 영혼이 아들과 함께한다고 느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녀는 자신의 영혼이 그의 곁에서 연장을 건넬 준비를 하고 서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아들, 폴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아들과 연인’ 중에서.

곧 제대할 아들에게 고급 수입 자동차를 선물로 주겠다고 지인이 말했을 때, 과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시내에 갖고 다니기 불편하다며 주차장에 세워둔 채 자신도 소형차를 타고 다니면서 이제 갓 스무 살 넘긴 대학생에게 덩치도 가격도 큰 중형차는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고, 무엇이든 최고를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김규나 소설가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 잘 알려진 D. H. 로런스는 그보다 앞서 1913년에 자전적 소설 ‘아들과 연인’을 발표했다. 남편과 불화했던 모렐 부인은 너무나 사랑했던 큰아들이 뜻밖에 죽자 작은아들 폴에게 모든 정성을 쏟는다. 어머니를 믿고 의지하며 그 사랑 안에서 행복해하면서도 단단한 모성의 벽에 갇혀버린 폴은 연인들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한 독립적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폴은 ‘해방’이란 제목이 붙은 소설의 거의 마지막 장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던 폴이 슬픔 속에서도 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신만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희망하며 작품을 끝낸다.

황제 군 복무 의혹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27세 청년이 정황을 묻는 기자에게 “제가 누군지 아세요?” 하고 되물었단다. 그는 자신이 누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철수네 집이죠?” 묻는 아들 친구에게 “아니다. 여긴 내 집이다”라고 철수 아버지가 답했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아버지의 집과 차가, 어머니의 직위와 권력이 자식의 것이 아닌 걸 가르치는 사랑, 자기 힘으로 살아가도록 멀리서 지켜보는 사랑이 부모에겐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