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올라 K팝 역사를 새로 썼다.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나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BTS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춤추고 열광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을 사랑하고 있다. ‘신(新)친한 세력’이라 부를 수 있다.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세계적인 K팝에 매료된 이 젊은이들은 한국을 더 잘 알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도 이런 젊은이가 많다. 매 학기 초 학생들에게 자기 소개서를 제출하라고 하면 상당수 외국 학생이 K팝에 끌려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학생 위주이던 우리나라 대학의 유학생 출신 지역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북미⋅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K팝의 나라인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20~30여년 전 내가 재외 공관에 근무하던 시절 현지 친한(親韓) 세력은 6·25 참전 용사나 한국학 전공자, 한국과 각종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대개 연로한 기성세대가 주축을 이루었다. 이제 K팝 및 한류 덕분에 젊은 친한 세력이 세계 각국에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대학으로 몰려오고 있다. K팝과 한류가 친한 세력의 세대교체를 가져온 셈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나라, 아시아에서 드물게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모두 성취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K팝에 이끌려 한국을 찾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영원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