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외로움 없는 서울’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이 업무를 전담할 돌봄고독정책관 직을 만들었다. 그 사업의 하나로 지난 4월부터 외로움·고립감을 느끼는 시민에게 24시간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외로움안녕 120’ 운영을 시작했다. 올 연말까지 3000건이 목표였는데 두 달 만에 5000건이 넘는 상담이 밀려들었다. 절반 이상이 외롭다며 그냥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다. 전화를 건 절반 이상(59%)이 중장년층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시 ‘수선화에게’에서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고 했다. 외로움은 희로애락과 함께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통계청 2024 한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21.1%가 ‘외롭다’고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외로움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고독사·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등 문제로까지 나아가면 한 개인의 감정 문제만은 아니게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2023년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 문제를 전담할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 위험이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일본은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독사 문제를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정도다.
▶민주당의 이번 대선 공약집엔 ‘외로움 정책 전담 차관 지정’이라는 공약이 들어 있다. 소관 부처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외로움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 수립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산하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이 2023년 여성가족부 내에 ‘외로움 차관’을 신설하고 외로움 대응 예산을 편성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공약화한 것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은 개인이나 특정 계층을 넘어 전반적인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년 연속 자살률 OECD 1위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 담당 차관을 지정해 외로움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검토해볼 만할 것 같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성가족부를 키워주기 위해 자리를 신설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관련 부처를 만든 영국·일본에서 ‘외로움’에 대한 정책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