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기본법은 만 19~34세 국민을 청년으로 규정하지만 법적인 구분일 뿐이다. 사회적 의미의 청년 나이는 34세를 넘은 지 오래다. 충남의 한 농촌에선 만 60세가 안 된 주민은 청년회 가입 대상이다. 50대 청년들이 60대 청년회장 지휘를 받으며 마을 일을 처리한다. 겨울이면 빗자루 들고 나가 쌓인 눈을 치우고, 봄이면 마을 입구를 꽃으로 장식한다.
▶2500년 전 공자는 15세에 공부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30세에 가치관이 섰다 해서 각각 지학(志學)과 이립(而立)이라 했다. 그 사이 15년이 오늘날 청년기에 해당한다. 소설가 이문열은 1980년대 말 소설 ‘변경’의 머릿말에 ‘나도 서른아홉 살을 맞아 문학 인생의 전반기를 정리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그보다 한 세대 늦게 태어난 한 소설가는 “마흔이 됐으니 아이 취급 당하던 신세를 벗어나게 됐다”고 했다. 다른 분야에서도 청년의 나이는 올라가고 있다. 대표적 청년 단체인 한국청년회의소는 40세이던 가입 상한선을 지역에 따라 42세나 45세로 높였다.
▶전국의 시·군·구 기초 자치단체까지 이런 흐름에 가세하며 청년 연령 상한을 40대 중·후반으로 올리고 있다. 49세까지 청년 범주에 넣는 곳도 있다. 여기엔 지방 소멸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기초단체는 국가와 광역 자치단체에서 각종 청년 예산을 배정받는다. 그런데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버려 받을 사람이 없어지자 대상을 확대해 예산을 타내려는 것이다. 젊은이가 몰려드는 서울과 수도권의 청년 연령은 여전히 30대가 대세이지만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연령이 높아지는 이유다.
▶청년 연령이 높아지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신체 기능만 따지면 ’49세 청년’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의 현대인은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부모 세대의 신체 나이에 해당한다. 쉰 살과 마흔 살의 신체 나이는 각각 35세, 28세라는 뜻이니 영락없는 청년이다.
▶미국의 한 대학 노화 연구팀이 늙은 벌에게 젊은 벌의 임무인 유충 돌보기를 하게 했더니 노화를 멈추고 새로운 일을 배우는 능력이 향상됐다. 이를 토대로 나이 먹어도 젊은이처럼 일하면 마음도 젊어진다고 했다. 가수 오승근은 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에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고 노래했다. 지자체가 어떤 계산으로 청년 나이를 정하건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청년의 마음으로 한다면, 그 일을 하기 딱 좋은 나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