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이후 머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사저 부지 전경. 가운데 보이는 갈색 지붕 주택이 향후 문 대통령 사저로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왼쪽에 보이는 붉은색 지붕 주택은 경호동으로 사용된다./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로마 2대 황제 티베리우스는 재위 12년째 돌연 로마를 떠나 카프리섬의 별장에 은거했다. 334m 해안 절벽에 세워진 대저택 ‘빌라 요비스(제우스의 빌라)’였다. 7000㎡ 넓이의 사저(私邸)엔 황제의 거주지와 연회장, 홀, 목욕탕, 등대, 천문관측탑 등 모든 게 완비돼 있었다. 수직 절벽엔 ‘티베리우스의 도약대’라는 낙하 처형장도 있었다. 원로원과 시민들은 호화 별장에 틀어박혀 간접 통치하는 황제를 욕했다. 그래도 포도주와 연회를 즐기며 10년 넘게 살다 죽었다.

미국 대통령의 사저는 대개 고향집이나 취임 전 살던 집이다. 트루먼 대통령은 물려받은 미주리의 대저택으로 들어갔다. 닉슨의 사저는 캘리포니아의 방 9개, 욕실 14개짜리 저택이었다. 레이건은 LA의 방 3개짜리 집이었다. 오바마는 자녀 학업 때문에 워싱턴에 방 9개짜리 고급 월셋집을 얻었다. 그래도 호화·특혜 논란은 없었다. 트럼프는 예외다.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옮겼지만, 주민들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싫다”고 반발했다. 트럼프가 리조트 구입 때 ‘누구도 7일 연속 체류 불가’에 합의했다는 근거까지 댔다.

사저는 개인 재산이니 나중에 팔 수도 있다. 일반인이라면 가능했을까. 문 대통령은 “좀스럽다”고 화를 냈다. 하지만 본인들이 전직 대통령에게 어떤 잣대를 댔는지 돌아볼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는 ‘연희궁’으로 불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 중 상도동 사저를 신축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엘리베이터와 실내 정원이 있는 동교동 사저로 ‘호화’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는 면적이 4262㎡에 달해 야당이 ‘아방궁’이라 불렀다. 특히 임야가 대지로 변경되면서 공시지가가 1년 만에 49배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터를 아들 시형씨와 공동 매입했다가 편법 증여로 특검 수사까지 받았다. MB 경호처장은 사저 땅값은 싸게, 경호 시설 땅값은 높게 매겨 MB 일가에게 부당 이득을 준 혐의로 처벌받았다. 당시 ‘나꼼수’는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가사를 바꿔 부르며 MB를 희화화했다. ‘내곡동 일대를/ 사려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그린벨트.’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했고, 민주당은 ‘국기 문란’ ‘탐욕’이라고 공격했다.

문 대통령의 양산 사저는 넓이가 MB 사저의 2.5배다. 문 대통령은 이 땅을 사며 ‘영농 경력 11년’이라고 썼다. 그런데 9개월 만에 농지가 대지로 변경됐다. 당연히 땅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사저는 개인 재산이니 나중에 팔 수도 있다. 일반인이라면 가능했을까. 문 대통령은 “좀스럽다”고 화를 냈다. 하지만 본인들이 전직 대통령에게 어떤 잣대를 댔는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