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참 힘든 하루였다’는 제목으로 서울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온라인에 올린 글을 봤다. “자고 있던 취객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웩~ 오늘 먹은 걸 다 토합니다. 신속하고 빠른 동작으로 퍼서 밖으로 버립니다. 조금 남은 찌꺼기는 블랙커피를 부어 손걸레로 닦고 다시 출발 준비를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취객이 안 일어납니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요지부동. 할 수 없이 경찰에 신고합니다.” 취객 치다꺼리한 걸 담담하게 써 내려갔는데 그 장면이 짠하게 머리에 그려졌다.

▶매일 밤 지하철 ‘막차 정리’팀에게 가장 힘든 업무는 곯아떨어진 취객들을 깨워 귀가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막차입니다. 내리세요.” “가방 챙기세요.” 흔들어 깨웠는데 군말 없이 일어나 가는 취객은 양반 중 양반이다. “네가 뭔데 나를 깨우느냐”며 소리치고 욕설 퍼붓기는 다반사다. 술 취하면 나이, 지위 고하도 없다. “막차 안내 방송 똑바로 해라. 고소하겠다”고 생트집을 잡으며 난동 부리거나 지하철 안에서 차상(車上) 방뇨를 하는 취객도 종종 있다.

▶'술을 먹어야지, 술에 먹혀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술은 정상적 뇌 기능을 방해한다. 알코올은 이성과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에 먼저 영향을 줘 자제력이 떨어지고, 감정을 담당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강화해 충동적으로 변하게 한다. 그러니 잠든 취객을 깨우는 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 것처럼 충동적인 상대를 다루는 위험한 일이다.

▶좁은 공간에서 승객을 1대1로 만나는 택시 기사에게는 취객이 특히나 공포의 대상이다. 술 취한 30대 남성이 목적지를 묻는 70대 택시 기사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20대 취객이 60대 택시 기사를 때려 의식불명에 빠뜨린 적도 있다. 운행 중인 택시나 버스 기사를 폭행하면 가중 처벌하도록 2007년부터 특가법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취객의 폭언 폭행은 끊이질 않는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택시 운전석 주변 격벽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논의도 있지만 아직 제도화하지는 못했다.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두고 여당 최고위원이 “술 마시고 자는 걸 깨우면 화낼 수도 있지 않느냐”고 감싸기에 나섰다. 주취 폭행을 했으면 다른 시민들처럼 철저히 조사받고 처벌받으면 된다. 검사나 공직자는 형사처벌만 받는 게 아니고 공무원 품위 손상에 대한 징계도 받고 당연히 승진도 제약받는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될 잣대가 왜 이 정권 사람들한테만 가면 엿가락처럼 이상하게 구부러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