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초기 자금난에 몰린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가 1인당 1000만원씩 이율 1.5%짜리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했다. 당초 12조원 정도로 잡았던 대출금이 조기에 동났다. 그런데 정부의 10조원 규모 2차 대출에선 6000억원만 대출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출 이율을 3~4%로 올렸기 때문이다. 금리는 이처럼 민감하다.

▶인류 역사 대부분은 자금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고리대금업이 성행하면서 적정 금리에 대한 논쟁도 많았다. 애덤 스미스는 “높은 금리를 허용하면 무모한 사업가들이 대출을 독점해 건실한 사람의 대출 기회를 빼앗는다”면서 금리 5% 상한제를 주장했다. 반면 공리주의자 벤담은 “금리를 제한하면 리스크를 안고 새 사업에 도전하는 혁신 사업가들이 돈을 빌릴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반박했다.

▶금융시장은 고신용 고객을 상대하는 은행 중심 1금융권과 신용도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2금융권으로 나뉘고, 제도권 밖에 사채시장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갖고 있다. 각 금융회사는 고객 신용 위험에 맞는 최적의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돈을 떼일 위험보다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그 금융회사는 100% 망한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은행이 고위험군 고객에게 낮은 금리로 마구 주택 대출을 해줬다가 터진 사건이다. 그때 금융 시스템 붕괴로 전 세계 증시가 55조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 소득, 기본 주택에 이어 ‘기본 대출’을 들고 나왔다. 모든 국민에게 1000만원씩 연 1~2%대 저리 장기 대출 기회를 주고, 미상환 손실은 국가가 떠안자는 것이다. 말이 국가이지 납세자 국민이 떠안으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남이 펀드에 투자해 손해 본 것도 국민이 떠안으라고 하더니 이제 대선 주자는 남의 대출까지 국민이 떠안으라고 한다. 이 지사 주장에 은행원들이 기막혀 한다. “빚 못 갚으면 나라가 갚으니 우린 그냥 막 대출해주면 되네” “기본이란 사회주의 배급의 2020년형 표현법” 같은 비판이 쏟아진다.

▶이 지사는 “국민 선의를 믿는다. 이자가 싸다고 마구 대출을 받겠느냐”고 한다. 이 지사가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기본 대출로 발생한 손실은 이 지사 개인 재산 23억원으로 먼저 변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이 지사가 먼저 230명의 ‘선한’ 국민에게 1인당 1000만원씩 1~2%로 대출해주고 손실을 다 떠안겠다는 모범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포퓰리즘 책임제’라고나 할까. 어이없는 세상에서 해 본 어이없는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