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부국장

요즘은 식당에 가든, 커피를 한 잔 사러 가든 QR코드를 찍거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야 한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구청에서 전화가 걸려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으니 집에 대기하라”든지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종종 듣는다. 공포가 두 겹으로 덮치더라고 했다. 코로나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정부가 자신의 동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데 대한 섬뜩함이다.

자신과 타인을 위해 조심하고 방역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정부가 등 뒤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그 정보가 장래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런 선선한 협조가 오히려 ‘코로나 빅 브러더’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정부는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번 코로나 확산만큼 정부 역할이 중요한 위기도 없었다. 정부는 매일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발표하고,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해주고,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최근엔 국민을 위한 위로와 정성이라며 통신비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물론 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하는 일이다.

이런 위기 상황 대처 능력에서 정부를 대체할 기관은 없다. 하지만 정부의 선심 규모와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국민의 기본 권리를 조금씩 넘겨주는 것 아닌가 불안해질 때도 있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권리, 그리고 사생활 같은 가치들 말이다.

이 불안의 뿌리는 거대 여당의 존재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300석 중 180석, 범여권은 거의 190석을 갖고 있다. 원하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 18개 상임위 위원장을 독차지했을 때, 부동산 관련법을 무더기 처리했을 때 거대 여당의 정치적 근육의 힘을 이미 확인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의 경계는 불분명하고, 사법개혁 미명하에 흐트러놓은 사법부가 독립적인 기관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3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최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 뉴스 편집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을 보면, 정부가 그간 언론을 어떻게 ‘다뤄왔는가’도 짐작할 수 있다.

2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쇠퇴하는가를 분석했다. 필리핀, 헝가리, 폴란드, 터키 등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를 정리한 민주주의 쇠퇴 4단계가 우리 현실에 겹쳐 보인다. .

첫째, 위기가 발생하고, 유권자들은 그들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한 카리스마형 지도자에게 표를 던진다. 둘째, 이 지도자는 끊임없이 가상의 적을 찾아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셋째, 그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독립적인 기관들, 즉 사법부나 언론을 순치시킨다. 마지막으로 이 지도자는 제도를 바꿔 유권자들이 자신을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놓는 정책은 과도한 자신감과 선의로 포장돼 있다. 하지만 비판과 토론을 거쳐 정책을 재조정하고 가다듬는 과정이 생략된 채 우리 앞에 놓인 정책들을 보면서, 이걸 받는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치러야 할까를 생각한다.

한 정치학자는 “코로나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공통점은 둘 다 눈에 보이지 않고 잘못 걸리면 죽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후자가 더 무섭다”고 했다. “권력의 단맛은 한 번 들이면 ‘면역’이 생기는 게 아니라 ‘중독’이 되어 결국 스스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자칫 나라를 말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도 급하고 무섭다. 하지만 견제받지 않은 채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며 질주하는 권력은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