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또는 등산을 할 때 음악이나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이 늘고 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꽉꽉 우는 오리들의 소리를 차단하면서까지 얻은 정보는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음향 담당으로 잘 알려진 버니 크라우스는 1968년 자연의 소리를 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당시 처음 나온 스테레오 사운드 녹음 시설과 고성능 마이크를 들고 아마존의 열대우림, 아프리카의 사바나, 극지방의 툰드라, 열대 바다의 산호초 등 생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 소리를 모았다.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니 새, 곤충, 포유동물, 식물은 제각기 고유한 음역대의 소리를 냈다. 주파수가 비슷하다 할지라도 소리를 내는 시간이 다르고 리듬도 달라 서로의 소리를 삼키거나 가리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생태계가 건강한 지역일수록 각 주파수대가 골고루 채워져 하루 온종일 다양한 음색과 리듬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지유 과학 칼럼니스트

크라우스는 50년 동안 같은 장소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소리를 모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숲을 밀어내고 빌딩과 주택을 지은 곳은 10년이 지나자 푸른 녹지가 조성되어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소리의 다양성은 10년 전에 견주어 크게 줄었다. 새, 곤충, 동물이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소리는 시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이면을 드러내는 또 다른 방법이었던 것이다.

날마다 걷는 천변의 자연은 어제, 오늘, 내일이 다르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 소리가 들린다. 어제 들리던 새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아쉽지만 새로운 풀벌레 소리가 들리면 반갑다.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어떤 생명체가 내 산책로 어딘가에 존재하며 내가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해준다.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서비스하는 앱도 있는 마당에 진짜 자연의 소리를 차단하면서까지 공부를 하는 것이야말로 소탐대실! 1년 365일 내가 가는 곳의 변화를 시각뿐 아니라 청각으로도 느끼고 즐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